[기획] 구글세, 삼성전자·현대車도 안전지대 아니다

입력 2015-12-16 04:04

지난달 미국의 거대 제약사 화이자는 아일랜드 제약사 엘러 간과 합병안에 합의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지만 뉴스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춰졌다.

일주일 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승인된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였다. BEPS는 다국적 기업이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한 국제적인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다.

화이자는 합병회사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삼았고 미 정부는 ‘조세회피’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반면 아일랜드는 12.5%로 선진국 중 가장 낮다.

15일 정부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BEPS 프로젝트의 조치 사항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나 포스코, 현대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운 기업들은 요주의 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나 구글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워 조세 회피를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적재산권 사용료를 미국이 아닌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세운 법인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붙여진 애플의 조세회피 기법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합법적인 절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도 구글드라이브의 용량을 확장할 경우 결제되는 비용이 아일랜드에 있는 회사로 들어가도록 했다.

2013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마셜군도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9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과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한화, SK, 포스코, 삼성, LG, 롯데,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이 모두 포함됐다.

기업들이 국가별 BEPS 프로젝트 조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단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들은 나라별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 BEPS 프로젝트가 도입되면 연 매출 1조원 이상 다국적 기업은 본사와 지역 자회사 간 자금흐름을 본사가 있는 국가의 세무당국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각 국가들이 공유할 수 있다. 자국에서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덜 냈거나 안 낸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매출 1조원은 연결재무제표”라며 “다국적기업의 그룹 구조는 나라별로 상이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어떤 식으로 산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과세 등 국제 조세 증가도 우려의 대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 기업의 국제조세 부담 증가가 최소화되도록 기업 관점에서의 문제점과 의견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에 지속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도 내년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BEPS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한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