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못 본 ‘끝장 토론’ 다음 일정도 못 잡아… 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 안팎

입력 2015-12-15 21:44

총선 선거구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예비후보자 등록이 15일 시작됐다. 입법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초유의 ‘룰 없는 싸움’이 전개된 셈이다. 여야는 부랴부랴 ‘끝장’ 담판에 돌입했지만 신경전만 온종일 반복하다 다음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여당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법의 동시 처리까지 요구해 총선 정국이 초반부터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반나절 문 걸어 잠그고 끝장 담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학재·김태년 의원과 함께 국회의장 집무실에 마주앉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예비후보자 등록이 이미 2시간여 지난 뒤다. 선관위는 현행 지역구인 246곳을 기준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았고 이날 하루에만 500명 넘게 등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개특위 기한 연장도 안 됐다. 입법 비상사태까지 될 수 있다”며 “오늘 문을 걸어 잠가서 교황식으로(문을 걸어 잠그고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하더라도 결판을 내자”고 촉구했다. 여야도 모두 시간의 촉박함을 인정했다. 참석자들은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마라톤협상을 시도했다. 선거구 문제를 포함, 모든 현안을 터놓고 얘기하느라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회동장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제자리걸음 협상=대화는 비례대표 대표성 확보 문제로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7석만 늘리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이는 ‘숫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야당은 비례대표 축소의 전제조건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걸었다.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절반가량을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다.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우선배분 비율을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절대불가’라고 완강히 반대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선거 연령을 18세(고교생 제외)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역시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의 연내 처리’를 연계해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선거연령 인하는 여당에 너무 불리하다. 원 원내대표가 반대했지만 선거는 치러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받겠다고 했다”며 “대신 점점 더 위기 속으로 빠져드는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제안했지만 야당이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 의원은 “협상이 안 된 이유는 새누리당에서 모든 사항을 다 유불리로만 판단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정치개혁을 위해 한 발짝이라도 더 전진하느냐는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지난달 12일 이미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사안이다. 양측은 이후 한 발짝도 입장을 좁히지 못한 셈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심야 회동에서 쟁점 법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해 합의 후 처리키로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날 열린 대부분 상임위는 야당의 ‘보이콧’ 등으로 파행됐다.

◇직권상정 수순 밟나=여야 합의 무산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정개특위는 이날로 해산됐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의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 가능성이 주목된다. 당장 선거구 획정 관련 논의는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 위임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의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 획정 결렬 상황이) 계속 흘러가면 결국 국회 수장인 제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여야 협상 진척이 없을 경우 안행위에 기존 안을 모두 제출토록 한 뒤 조만간 심사기일을 정해 직권상정 수순을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