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꼼꼼하게 따지도록 하는 방안을 내년 2월(수도권 기준, 비수도권은 5월)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대출을 생활자금 용도로 쓰던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은 제2금융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보험업계도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용도별로 보면 주택구입용 외에 생활자금으로 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100조2000억원(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생활자금용 대출이 11조8000억원(11.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생활자금용 대출(6조9000억원)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 통계를 봐도 지난 9월 기준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111조2000억원 중 생계자금 대출이 13조500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9조원)보다 4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은 고위험 대출의 경우 이자만 갚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했기 때문에 생활자금이 필요한 이들의 부담은 크다. 특히 소득 증빙을 까다롭게 하면서 최저생계비를 활용하는 경우엔 3000만원을 대출 상한선으로 두는 등 요건을 강화했다. 물론 분할상환 예외 조건도 있다. 주 소득자의 사망이나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으로 본부 승인을 받은 경우와 은행이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해 별도로 정한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이런 예외도 의료비나 학자금처럼 증빙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여서 단순 생활자금 목적의 대출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보험업계에도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지난달 착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5일 “보험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은행과 큰 차이가 없지만 담보 가치를 좀 더 넉넉하게 인정해주고 신용등급 최하위가 아니면 대출을 해주는 등 은행보다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했을 때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이런 빈틈까지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9월 기준 27조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급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상황 타개책으로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공략해 왔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 시행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분위기지만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의 고삐를 죄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라 은행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보험업계의 여신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도 은행과 동일하게 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백상진 김지방 기자 sharky@kmib.co.kr
[기획] 깐깐해진 대출규제 이후… 당국 “풍선효과 막자” 보험사대출도 틀어막는다
입력 2015-12-15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