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떨어졌어요.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다시 도전해 봐야죠.”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33·여)씨는 내년에 다섯 살이 되는 딸을 맡길 기관이 정해지지 않아 지난달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다. 고심 끝에 고른 국공립, 사립유치원 4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지난달 추첨에서 모두 떨어졌다. 이후 국공립어린이집 문을 두드렸는데 대기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씨는 15일 “육아 현장에선 국공립유치원에 떨어지면 사립유치원으로, 그것도 안 되면 어린이집으로 밀려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왜 매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벌어진 국공립유치원 입학추첨 ‘로또’에 이어 이달 초 대다수 사립유치원 추첨도 입학을 원하는 아이들이 몰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립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진 아이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고가의 소규모 시설로 발길을 돌렸다. 이마저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학부모 선호도에 따라 수백명씩 줄 서 있는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서울·경기권 학부모 사이에서 이처럼 어린이 교육시설의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반면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선 원아를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치원이 넘쳐난다.
어린이 교육·보육시설의 ‘균형’이 심각한 ‘균열’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원 미달 유치원은 총 5114곳으로 전체(8823곳)의 58%나 됐다. 그런데도 한쪽에선 “부모들이 원하니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현재 유지되는 보육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유치원·어린이집 입소난 해소를 위해 국공립 시설과 사립 시설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의 월평균 교육비 부담액은 1만2000원, 사립유치원은 17만9000원으로 16만원 넘게 차이가 났다. 정부의 지원이 한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보니 학부모 사이에선 누구라도 원하는 시설에 입소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일부 교육시설로 입소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몰려 매년 과열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며 “학부모 부담금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하다”고 말했다.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이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상향 평준화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며 “정부가 지역별로 균형이 맞지 않는 교육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고 사립 시설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기획] ‘로또’서 떨어진 아이, ‘대기’ 신세로… 매년 되풀이되는 수도권 유치원 입학전쟁
입력 2015-12-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