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면 발끈하거든요.”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최근 중국에서 공연을 하려다 돌연 취소한 것과 관련, 탈북 가수 백미경(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집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음악정치의 도구로 평가된다. 음악적으로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각각 만들어진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을 계승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처럼 1류 악단, 소위 ‘기쁨조’에 선발되려면 노래와 연주는 기본이고 토대(출신 성분)와 얼굴, 몸매까지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인기가 많은 동글동글하고 복스럽게 생긴 20대 초반의 미인이 많죠. 중앙당 5과나 2과에서 한창 사춘기 때인 15∼16세 중학생 가운데 직접 뽑아 기계적으로 키우며 대학 공부까지 시킨 아이들입니다.”
1970년대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부터 17살 때까지 청진음악예술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이때 백 집사도 1류 악단 선발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여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옷을 다 벗고 몸에 흉터가 있는지 검사를 받았다. 처녀막 검사까지 받았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경호하는 호위총국에서 선발하는 처녀의 경우 처녀막 검사까지 하는 게 관례다. 실제로는 곱게 키운 딸을 최고 권력자에게 ‘진상’하는 것인데도 이를 잘 모르는 부모는 영광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는 “저도 출세를 위해 1류 악단에 들어가길 원했지만 아버지가 중국 출생인 것이 밝혀져 최종 탈락했다”면서 “당시에는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아마 그때 기쁨조에 뽑혔다면 평생 김정일·정은 부자의 노예나 노리개로 불행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상상도 하기 싫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 집사는 음악예술학교 졸업 후 1급 기업소의 예술단체인 선전대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연수입도 없어지고 배급이 끊기면서 식량난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불법으로 달러 장사와 금 장사에 손을 댔지요. 돈은 좀 벌었는데, 곧 보위부의 내사를 받게 됐어요. 잡히면 총살감이기 때문에 97년 야밤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습니다.”
중국에 숨어있다 2006년 국내로 들어온 그는 ‘탈북 가수’ ‘새터민 가수’ ‘평양 가수’로 불리며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탈북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아리랑을 불러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리랑 가수’라는 별명도 생겼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후원하는 ‘제2회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가요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2집 앨범을 냈는데, 타이틀곡인 ‘사랑은 하나야’는 민요 아리랑에서 모티브를 얻은 노래로 힘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백 집사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간증집회에도 나가 신앙간증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복음성가도 부를 계획”이라며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통일을 이뤄 북한 땅에도 복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北 선전대 출신 백미경 집사가 말하는 북한의 악단…“모란봉악단 철수, 中이 김정은 자존심 건드렸을 것”
입력 2015-12-15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