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면세점 황금알? 내년 밀리면 오리알… 국내외서 ‘3중고’ 직면

입력 2015-12-16 04:03 수정 2015-12-16 09:57

지난 7월 신규 특허를 얻은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이달 말 문을 연다. 국내 면세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소·중견 부문의 SM면세점까지 가세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6개에서 9개로 늘고, 내년 상반기 중엔 신세계디에프와 두산이 기존 특허를 건네받아 면세점을 새로 오픈한다. 하지만 기존 면세업계가 내년 이후 내부 경쟁 과열, 정책 변화로 인한 사후면세점 변수, 주변국 환경 변화 등 3중고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국내 면세업계는 2010년 4조526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올해는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영향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5조1054억원을 기록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광객이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 7월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부여했지만 최근 들어 상황 변화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업계에선 우선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시내면세점의 경우 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수요가 받쳐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규 면세점 가세로 시내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과 기존 업체의 시장 방어를 위한 출혈경쟁이 과열될 경우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후면세점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이 사전에 관세, 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이 빠진 가격으로 구입하는 ‘듀티 프리(Duty Free)’ 개념인 것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제품 구입 후 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을 공항에서 환급받는 ‘택스 프리(Tax Free)’ 방식이다. 사후면세점은 환급 절차 등의 불편함으로 상대적으로 시내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에 비해 이용도가 낮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건당 20만원, 총 100만원 한도 내에서 사후면세점 상품의 세금을 바로 환급해주기로 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했다.

중국 등 주변국의 정책 변화 역시 주요 변수다. 중국은 내년부터 관세율이 비교적 높고 내국인 수요가 많은 여행가방, 의류, 패션용품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15일 “관세 인하가 지속되고 중국 정부의 면세점 확충 정책도 구체화되고 있어 중국인의 해외 구매 패턴이 돌아설 경우 한국 면세점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광객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의 시내면세점 강화 전략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올해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면세시장은 변수가 많은 시장”이라며 “내년 이후에는 국내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