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밤마다 도로 보수한 시민에 러 시장 “불법공사” 적반하장

입력 2015-12-15 20:10

러시아에서 한 젊은 여성이 밤마다 도로 보수공사에 나서 ‘길 위의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다. 너무나 많은 포트홀에 신물이 나 직접 삽을 들고 길로 나간 것이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이 내려앉아 생기는 작은 구덩이로 자동차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주며 사고 위험을 높인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남쪽 옴스크시에 사는 베로니카 보브루스(26·위 사진)의 얘기를 소개했다. 도로에 뚫린 구멍을 메우고 있는 그녀 모습(아래 사진)이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돼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그녀는 유명인사가 됐다.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보브루스는 BBC방송에 “우리 지역의 길 상태에 진저리가 난다”면서 “다닐 때마다 포트홀에 계속 걸려서 내가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콘크리트와 자갈을 사용해 지금까지 다섯 군데의 포트홀을 메웠다.

보브루스의 행동으로 옴스크에선 포트홀 문제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특히 운전자들 사이에선 “그녀의 행동은 칭찬할 일이지만 왜 시(市)에서는 도로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녀가 나서야만 하는가”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한 주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장에게 삽과 양동이를 주고 길을 고치라고 하자”고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비야체슬라프 드보라콥스키 옴스크 시장은 오히려 그녀의 ‘불법 보수공사’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알 수 없는 재료와 확인되지 않은 기술로 누군가 도로를 고친다면 그것은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서 “최선의 방법은 시 당국에 도로의 결함을 알리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고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