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본당. 탈북민과 북한선교 관계자 등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모퉁이돌선교회(대표 이삭 목사)가 주관하는 ‘하나님께 드리는 남북연합 성탄예배’가 시작됐다. 북한 복음화를 간구하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날 성탄예배 실황은 모두 녹음돼 북녘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탈북 성도들은 이날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간증을 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신앙고백을 들은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통성기도를 드렸다.
“북한과 남한의 교회가 죄악을 회개하며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에게 오셔서 함께 거하시는 영원하신 주의 언약의 말씀을 붙들고 나아갑니다. 주여, 우리의 예배를 받아 주옵소서!”
탈북 성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아픔이 느껴졌다. 통성기도와 찬양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남과 북이 하루속히 하나 되길 간구했다.
스피커를 통해 한 50대 탈북 여성이 흐느끼며 북한의 순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오늘도 체제 우월성만 선전하는 북한 당국의 뉴스를 보면 안타깝다”며 “꼭 살아서 순이 엄마를 다시 만나 성탄예배를 드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간증했다.
행사에 참석한 탈북민 출신 심주일(65·부천 창조교회) 목사는 “북한에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생일이 최대 명절이고 축제일 뿐”이라며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와 인류를 구원한 것을 북한 주민에게 속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어떤 어려움이 몰려와도 예수 그리스도가 북녘 땅에 소망이란 사실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창조의 아버지 그 섭리 보이사’로 시작하는 찬양 ‘창조의 아버지’를 목청껏 불렀다.
이날 열방교회 아동부와 금강학교, 극단 ‘예배자’, 평예성가대 단원들이 바이올린 비올라 기타 건반 연주와 신나는 캐럴 등으로 예배 분위기를 이끌었다. 믿음의 그루터기인 한 모녀가 북한 땅에서 성탄을 축하하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도 공연됐다.
대북 구호 사역을 하는 탈북민 출신 김충성(38·예수사랑교회 북한선교담당) 목사는 뜨거운 찬양에 열기가 오른 듯 손으로 땀을 훔쳤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울수록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생기는 북한 성도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그들에게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있는 성경이 없다는 것”이라며 관심을 요청했다. 이어 “평양을 비롯한 북한 곳곳에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과 할렐루야 소리가 울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을 섬기는 한국교회 성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삭 목사는 ‘임마누엘의 하나님’(마 1:18∼24)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선포했다. 이 목사는 “오늘 이 성탄예배가 우리들만의 예배로 끝나지 않고 북녘 땅에도 울려퍼질 성탄의 메시지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 실황은 오는 20일 주일과 성탄절인 25일에 단파 7615㎑와 중파 1566㎑를 통해 북한 전역으로 송신된다. 스마트폰 앱 ‘광야의소리’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탈북민 등 800여명 “북한 복음화” 간구… 정동제일교회서 남북연합 성탄예배
입력 2015-12-15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