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 신앙 잃지 않게 교회가 포용 방안 생각할 때”

입력 2015-12-15 21:17
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가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에서 개최한 ‘다양한 가나안 성도 사역을 위한 네트워크 세미나’에서 우한별 소장(왼쪽 두 번째)이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가 ‘가나안 성도(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이들을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나안 성도가 신앙을 잃지 않도록 돕는 사역을 고민하는 목회자도 늘고 있다.

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소장 우한별 목사)가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에서 개최한 ‘다양한 가나안 성도 사역을 위한 네트워크 세미나’에선 물밑에서 꿈틀대던 다양한 목소리가 여과 없이 분출됐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가나안 성도를 위한 사역이 기성교회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교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가나안 성도 역시 교회를 바로 세우자는 순수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를 분석한 저서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으로 관련 논의에 물꼬를 텄다.

우 소장은 “상당수 교회가 가나안 성도와 관련, 제도권 교회를 떠난 것이 잘못이고 교회에 비판적인 이탈자라고 본다”면서 “이 때문에 선을 긋고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또 “하지만 가나안 성도 중 3분의 2는 교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가나안 성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탈 제도권 기독교인을 위한 다양한 사역을 고민해왔다.

김정우(대안그룹 미셔널 트레킹 활동가·법학 박사) 강도사는 영미권 연구동향을 소개하며 가나안 성도의 신앙생활을 돕는 창의적인 모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 없는 신앙’의 저자 앨런 제미슨은 ‘교회가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교회 없는 신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교회 이탈자에게 민감한 교회’나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계집단’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장에선 다양한 이유로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나안 성도와 목회자 등 80여명이 저마다 고민을 털어놓으며 경험을 나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15년차 목회자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대형교회뿐 아니라 작은 교회에서도 30∼40대가 교회를 많이 떠나고 있다”며 “그들이 왜 떠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 지 고민하다 이 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률(인천 함께하는교회) 목사는 “교회의 기본적인 울타리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되 ‘처치 인 처치’ 개념으로 다양한 사역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교인 말고 외부에도 개방하는 모임 등을 통해 가나안 성도에 대한 사역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인천 함께하는교회에서 모임을 갖고 가나안 성도 사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