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사진)씨가 이르면 16일 국내로 송환된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과 대검 관계자들이 16일 중국에서 강씨 신병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15일 “구체적 신병인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중국 공안과 최종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 절차가 아닌 불법 체류자 추방 형식이며, 송환팀은 난징공항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으로 입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조희팔과 함께 다단계 사기극을 벌이다 2008년 중국으로 밀항했다. 인터폴에 수배된 그는 지난 10월 10일 중국 장쑤성 우시시의 아파트에서 공안에 검거됐다. 강씨가 송환되면 조희팔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조희팔의 생사, 은닉자금, 뇌물 리스트 등 핵심 의혹의 전말이 강씨의 입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추측과 설만 무성한 조희팔 생존 여부다. 검·경은 최근 조희팔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여 왔다. 2012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던 경찰도 강씨 검거 이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조희팔 생존 정황은 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나 필리핀 클라크 지역에 은신 중이란 얘기부터 중국 산둥성 칭다오 인근 농장에 숨어 있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생존 여부를 가릴 ‘결정적 한방’은 부족한 상황이다.
검·경은 강씨 송환을 발판삼아 조희팔 은닉자금 추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희팔 일당의 사기액은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지난 9일 강씨의 범죄수익금 23억원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조모(47)씨를 구속했다. 강씨 검거 이후 구속된 조희팔 사건 관련자는 15명으로 늘었다. 검·경은 그간 자금 은닉의 ‘몸통’인 강씨의 부재로 수사에 차질을 빚어왔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강태용 송환에 대비해 은닉자금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른바 ‘조희팔 리스트’에 대한 실마리도 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팔과 강태용이 정·관계 고위층에 금품·향응을 제공한 리스트가 있다는 설이 바실련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온 상태다. 검·경은 아직 “리스트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희팔이 측근을 통해 김광준(54) 전 부장검사에게 2억7000만원을 건네는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에게 총 34억원을 비호 대가로 뿌린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 규모나 석연찮은 수사 정황으로 미뤄 ‘검은돈’이 정·관계까지 흘러갔으리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희팔 리스트의 실체를 둘러싸고 강씨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훈 정현수 기자 zorba@kmib.co.kr
조희팔 사건 판도라 상자 열리나… 강태용 이르면 12월 16일 국내 송환
입력 2015-12-15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