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 실형 선고에 초상집이 됐다. CJ그룹은 15일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고 참담하다”며 “그룹도 경영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룹 관계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라면서 “그룹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길을 잃은 기분”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너 부재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2년 넘게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온 그룹 경영에도 적색경보가 커졌다.
그동안 CJ그룹은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해 왔다. 2012년에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7월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후 전략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CJ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웠지만 이러한 임시방편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 회장 구속 후 CJ그룹이 추진 중이던 전략사업들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고,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CJ제일제당, 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투자 건은 이 회장 구속과 함께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대한통운 물류허브 구축 사업비 3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집행할 예정이었던 2000억원은 결국 쓰지 못했다. 1000억원 규모의 CGV 국내외 신규사이트 투자도 무산됐다. CJ그룹이 지난해 초 밝힌 투자금액 2조4000억원 중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 등 굵직한 M&A를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섰던 CJ그룹은 이 회장 경영 공백기에 대형 M&A 시장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CJ그룹은 티몬과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모두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룹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의 M&A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CJ그룹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CJ그룹의 인사적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CJ는 매년 10월쯤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이 회장 구속 이후 2년간 임원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감형·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더라면 대규모의 CJ그룹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실형선고로 올해 그룹 인사도 현재의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 경영 공백에 따른 경영상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올해도 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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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5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