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은 한국 연주자 가운데 국제 콩쿠르 최다 우승자다. 2009년 스위스 인터라켄 콩쿠르부터 올해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까지 모두 7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2008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올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 주요 무대에서 독주 또는 협연을 해왔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화려한 이력과 실력에 비해 국내 관객에게는 김선욱 등 또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선우예권이 금호아트홀의 2016년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국내 음악계에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한 그는 15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연주자로서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면서 “주변에선 베토벤이나 브람스 등 거장의 레퍼토리 위주로 프로그래밍하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많이 선보이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통해 제 개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금호아트홀이 2013년 시작한 상주음악가 제도는 매년 클래식 유망주 1명을 선정, 이들이 원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피아니스트 김다솔,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조진주에 이어 선우예권이 네 번째 주인공이다. 내년 1월 7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1년간 5차례에 걸쳐 슈베르트, 스크랴빈, 생상스, 리스트, 프로코피예프 등으로 프로그램을 짠 연주회를 갖게 됐다.
그는 “그동안 콩쿠르에 많이 나간 것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상금과 젊은 연주자에겐 쉽지 않은 연주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며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무대가 자주 주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더 이상 콩쿠르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신 음악적인 성숙함을 키울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제 콩쿠르 최다 우승으로 ‘콩쿠르 스타’로 떠오른 그지만 몇몇 콩쿠르에서는 준비 부족인 채 나갔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올해 조성진이 우승하며 한국에 클래식 열풍을 일으킨 쇼팽 콩쿠르다. 지난 4월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지만 이틀 뒤 쇼팽 콩쿠르 예선 탈락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총 5시간이 안될 정도의 곡 연습을 하고 나갔다. 연주자로서 관리를 못한 제 책임이 크다”며 “그래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조성진이 무결점 연주로 우승해 기쁘다”고 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선우예권 “낯선 프로그램으로 개성 보여줄 것”…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국내 활동
입력 2015-12-15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