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곰, 미국 꾀꼬리 되나

입력 2015-12-15 21:28
김현수가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베이스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3회초 1타점 2루타를 친 후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연봉 300만∼400만 달러 수준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일보DB

자유계약선수(FA)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현수의 최종 행선지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도 비교적 괜찮은 연봉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지역신문 볼티모어 선은 15일(한국시간) “볼티모어가 김현수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2년간 연평균 300만∼400만 달러 수준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김현수와 빅리그 구단이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년 총액 600만∼800만 달러는 꽤 좋은 조건이다. 이미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뛰어 넘는 금액이다. 강정호와 박병호의 연봉은 각각 4년 총액 1100만 달러, 1200만 달러다. 강정호와 박병호와 달리 김현수는 FA 신분이기 때문에 포스팅 금액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볼티모어 입장에선 더 매력적이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에 대해 “우투좌타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며 “최근 메이저리그에 온 한국인 선수들과 다르게 포스팅 없이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거포가 많지만 정확성이 높고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별로 없는 볼티모어에 딱 맞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현수는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넷을 무려 101개나 얻어냈고 삼진은 63개에 불과했다.

이 신문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15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잔 부상 없이 전 시즌을 뛸 수 있는 것도 볼티모어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잠실구장)을 홈으로 써 왔다”면서 “김현수는 지난 9년 간 전체 경기 일정의 98%를 소화한 아이언 맨”이라고 강조했다.

볼티모어 댄 듀켓 부사장이 아시아리그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김현수에게는 호재다. 듀켓 부사장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에 김선우와 이상훈을 영입한 바 있다. 볼티모어에서도 윤석민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계약 체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처럼 메이저리그 FA 시장도 대어급부터 계약을 한 후 전력 보강차원에서 준척급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냉정하게 김현수는 대어급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외야 FA 시장에서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저스틴 업튼, 알렉스 고든, 덱스터 파울러 등 올스타급 외야수들의 교통정리가 끝난 후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