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선거구 획정 합의 못하면 의장 직권상정 불가피

입력 2015-12-15 18:02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의 예비후보 등록이 15일부터 시작됐다. 예비후보 등록 실시는 사실상 공식선거전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구내 사무소 설치 및 간판·현판·현수막을 내걸 수 있고, 후원회를 설치해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넘긴 여야의 위법으로 예비후보 등록은 현행 선거구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 19대 총선 때와 변동이 없는 선거구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합구·분구가 예상되는 선거구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다. 현 선거구와 실제 다음 총선에서 적용될 선거구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어 깜깜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선거구가 무려 60여 곳에 이른다. 특히 합구 대상 선거구의 경우 현행 선거법상 인접 선거구에서의 예비후보 활동은 불법이어서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에게 절대 불리하다.

그런데도 여야 협상은 만날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 주선으로 열린 여야 지도부 협상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지금까지 여야는 지역구를 현재의 246석에서 7석 늘리고,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그만큼 줄여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남은 쟁점은 비례대표 배분 기준이다. 새정치연합은 ‘균형의석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소극적이다. 새누리당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균형의석제는 선거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의 일정 비율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보장 비율을 50%로 했을 경우 어느 정당의 득표율이 10%라면 전체 의석의 5%인 15석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이 당이 지역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비례대표에서 14석, 2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13석을 우선 배정하는 식이다. 새누리당의 반발에 새정치연합은 보장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규칙은 당사자인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뒷말이 없고 공정성 시비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만에 하나 올해까지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헌재 결정에 따라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가 없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에 따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같은 미증유의 대혼란을 막기 위한 정 의장의 직권상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여야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게 싫으면 당장 합의안을 내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