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 119의 심장, 서울종합방재센터에 가보니…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1초의 전쟁터’

입력 2015-12-15 18:25
박지숙 지방소방교가 10일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방재상황실에서 모니터에 올라오는 신고자 정보, 지도상 위치 등 각종 현장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남 역삼동 ○○여고 체육관 통신공사 작업 중 남자 부상. 통신공사 작업 중 남자 부상.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벨이 울리자 그의 뒷모습에 긴장이 서렸다. 귀와 입은 물론 출동일지를 작성하는 손가락도 분주해졌다. 접수지령대 우측 상단의 흰색 경광등이 녹색으로 넘어갔다. 해당 신고를 구급상황으로 분류해 출동지령을 내렸다는 뜻이다. 대형 스크린에 뜬 해당 신고 내용이 ‘신고접수’에서 ‘출동지령’으로 다시 ‘출동 중’으로 전환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 119의 심장, 1초를 다투는 전쟁터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자락에 위치한 ‘서울종합방재센터’ 지하 3층 종합방재상황실. 팽팽한 침묵을 깨는 건 곳곳에서 울리는 무전뿐이었다. 서울 전역의 119 신고가 모이는 이곳은 인명구조의 키를 쥔 ‘골든타임(황금시간)’ 구현의 출발점이자 24시간 쉬지 않고 ‘1초’를 다투는 전쟁터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전국 18개 종합방재센터 중 최초로 완공돼 가장 많은 장비와 인력, 최첨단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 215만2300건이 접수돼 하루 평균 5897건을 기록했다. 2002년 3월 22일 이 센터가 건립되기 전에는 서울시내 23개 소방서에서 제각기 119 신고를 받았다.

초고층 빌딩이 많고 지하시설물이 복잡하게 얽힌 대도시 서울은 1개 소방서가 대응하기 힘든 복잡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소방, 민방위, 재난, 자연재해 신고를 119로 일원화한 이유다. 지휘 체계가 효율화되면서 신속한 위기상황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2012년부터는 휴일에 문을 연 병원·약국을 안내하거나 무료 의료상담을 해주는 구급상황관리센터 1339까지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신고 접수부터 출동, 상황처리, 긴급구조, 응급복구 등 현장 활동을 원격 지휘·통제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이 종합상황실에서 가동된다. 종합상황실은 축구장 절반 크기로 119 신고 접수대 76대가 설치돼 있다. 접수대마다 ‘눈’ 역할을 하는 5개의 모니터가 있다.

서울소방이 보유한 997대 장비의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신고자 정보와 지도상 위치 등이 실시간 표시된다. 일부 접수대는 청각·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영상 신고접수 시스템도 갖췄다.

접수대에서 신고를 화재, 구조, 구급, 기타 등으로 분류하면 자동으로 최단거리 일선 소방서에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 이어 관제대로 정보가 넘어간다. 관제대는 출동 시점부터 상황 종료까지 현장 상황을 살피면서 차량이나 장비가 더 필요한지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황금시간’을 사수하는 사람들

서울종합방재센터에는 119 신고를 처리하는 소방직 공무원 174명, 구급상황관리사 16명, 공중보건의 1명을 비롯해 모두 247명이 근무한다. 소방직 174명이 43명씩 3개조로 편성돼 24시간 교대로 종합상황실을 지킨다. 구급, 화재진압 등 평균 8년의 다양한 현장 경험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대원들이지만 전화벨이 울리면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신고자의 비명과 절규에 견딜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 무책임한 신고에도 묵묵히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도 견디는 것은 소방관으로서 자긍심과 보람이 더 크기 때문이란다. 소방공무원 9년차, 종합상황실에 근무한 지 올해로 3년째인 박지숙(35·여) 지방소방교는 “덕분에 생명을 구했다는 감사전화가 종종 걸려와 힘든 순간을 모두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종합상황실 최전방 소방관들의 최우선 목표는 ‘황금시간’ 단축이다. 1초에 목숨이 달려 있어 늘 신속과 정확이라는 두 가지에 매달린다.

현재 목표는 신고 접수부터 출동지령까지 60초, 현장 도착에 3∼4분, 합해서 총 5분 안에 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금은 평균 6분이 걸린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시작되는 황금시간은 시민들과 현장 소방관을 거쳐 완성된다. 배영선 홍보담당관은 “신고는 되도록 상세 주소가 자동 파악되는 유선전화를 통해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해야 신속·정확하게 접수된다. 도로 위의 시민들에게는 소방차·구급차에 길을 터주는 배려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