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진호 <4> 高2 SCM 수련회서 가슴에 불길 이는 성령 체험

입력 2015-12-16 17:42
김진호 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서울 감리교신학대 재학 시절 친구들과 찍은 사진.

고등학교 2학년 때 주일성수 하느라 웅변대회에 못 나갔던 일은 10대 시절을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다. 특히 끝까지 제자의 편에 섰던 차중은 교장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뒤인 2003년 4월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으로 일하고 있던 때였다. 감독회장실에서 업무를 보는데 비서실장이 들어와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면회를 오셨다”고 전했다. 바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원로장로님으로 서울 청량리중앙교회를 섬기고 계셨다. 나는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얼른 선생님을 사무실로 모셨다. 선생님을 마주하니 40여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스승과 제자의 위치로 돌아가 나를 위해 눈물 섞인 기도를 해주셨다.

당시 선생님은 나를 보며 어린아이처럼 크게 기뻐하셨다. 선생님은 “웅변대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주일을 철저히 지키더니 결국 김군이 감리교단 최고 어른이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후에 나는 선생님 자택도 방문했다. 내가 시무하던 서울 도봉감리교회로 초대해 교인들 앞에서 선생님을 소개한 적도 있다.

차 선생님은 2006년 9월 94세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선생님을 떠올릴 때마다 곱씹게 되는 말씀이 있다. “만일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여 내 성일에 오락을 행하지 아니하고 안식일을 일컬어 즐거운 날이라, 여호와의 성일을 존귀한 날이라 하여 이를 존귀하게 여기고 네 길로 행하지 아니하며 네 오락을 구하지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네가 여호와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내가 너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고 네 조상 야곱의 기업으로 기르리라 여호와의 입이 말씀이니라.”(사 58:13∼14) 지금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주일성수 하는 나를 선생님이 혼냈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선생님은 나의 신앙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주신 분이다.

고교 시절 추억담을 또 하나 꺼내놓자면 기독학생연합회(SCM)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학년 때 서울 숭실대 강당에서 열린 SCM 수련회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나는 수원SCM 회장이었다. 수련회는 전국 SCM 임원 500여명이 모인 행사였다.

강사로 나선 고원용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 가슴에 불길이 이는 듯한 경험을 했다. 성령을 체험한 것이다. 이전까지 진학담당 선생님들은 나에게 법학과 진학을 권유하곤 했다. 나 역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성령을 경험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최종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1960년 서울 감리교신학대에 진학했다. 대학생이 됐지만 학비도, 용돈도 없는 고학생이었기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학업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나의 거처는 여전히 경기도 수원이었다. 출석하던 교회도, 내가 숙식을 해결하는 고아원도 모두 수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려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기차를 타야 했다. 통학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고학생을 위해 운영하는 근로장학금 제도의 혜택도 누릴 수 없었다.

군대는 62년에 입대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26사단으로 발령이 났고 포병으로 복무했다. 군대에서도 나의 웅변 실력은 화제가 됐다. 사단에서 웅변대회가 열리거나 누군가 웅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가장 먼저 내가 차출됐다. 교회에서 다져진 웅변 실력과 고학을 통한 인내심은 훗날 목회자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