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말, 마음에서 마음으로

입력 2015-12-15 18:05

지상파 방송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개그맨이 ‘믿음을 가진 연예인들은 어려움을 만나도 기도 후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데, 그렇지 않은 연예인은 악플 등 어려움에 처하면 잘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더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함께 출연한 패널들이 ‘기독교 방송에 출연하라’는 등 농담으로 받으며 웃어넘기자, 그는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라며 정색하며 당황해했다.

때로 남의 진지한 말이나 권고를 가볍게 웃어넘기거나 용감하게 무시해 버림으로써 함부로 훼손시키는 교만을 범할 수 있다. 사람 간에 주고받는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마음도 열고, 들을 귀도 열어야 한다.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말을 하는지 모른 채 제대로 새겨듣지 않고 귓등으로 흘리며 자기 방식대로 말하면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할 수가 있다.

말이 잘 전달되도록 올바로 말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자기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본뜻이 왜곡되어 전해지기가 쉽다. ‘아’라고 말했는데 ‘어’로 알아듣고 오해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살아가면서 따뜻한 가슴으로 그저 잘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어질 것이고, 응어리진 마음이 풀리며 치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과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말을 함으로써 이해 받기보다는 오히려 오해 받기가 더 쉽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음밭의 환경이 서로 다르다 보니 진실을 오해하면 참 야속하기도 하고, 입만 열면 상처가 되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말로 주고받는 상처는 유통기한이 길고 양분을 주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튼튼히 뿌리 내리고 쑥쑥 자란다. 나이가 들면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여 상처를 덜 받는다고도 하지만 말로 인한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말을 할 때에는 마음의 소리를 잘 표현하여 오해가 없도록 전달하고, 들을 때에는 내 생각을 내려놓고 왜곡 없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하겠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