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이어 ‘합창’ 새 희망으로 하나되다

입력 2015-12-14 22:32 수정 2015-12-14 23:47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일보 창간 27주년 기념 송년음악회 ‘헨델 메시아&베토벤 합창교향곡’에서 소프라노 박미자가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18번째 곡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하라’를 부르고 있다. 이날 콘서트에는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바리톤 김동규, 테너 이재욱, 서울시합창단 등이 함께했다.곽경근 선임기자

“영화로운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우리들의 무딘 말로 기릴 줄이 있으랴/봄비 맞아 움터나는 나뭇잎을 보아도/햇볕 안고 피어나는 봉오리를 보아도/영화로운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미물들도 입을 열어 정성으로 기리네/하늘 나는 저 새들도 풀잎 사이 벌레도/노랫소리 즐거워라 아침이나 저녁에.”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헨델 메시아&베토벤 합창교향곡’ 콘서트. 마지막 프로그램인 ‘환희의 송가’(합창교향곡 4악장)가 연주되자 객석은 감동의 시간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국민일보 창간 27주년을 기념한 이번 콘서트는 송년음악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레퍼토리인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소프라노 박미자 이화여대 교수,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경희대 교수, 바리톤 김동규 강남대 석좌교수, 전문 연주자인 테너 이재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과 서울시합창단,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최고의 가창력을 뽐냈다.

콘서트 1부는 헨델의 ‘메시아’로 꾸며졌다. ‘메시아’는 예수 탄생의 예언에서 시작돼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영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서사시로 53곡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번 서곡, 4번 합창 ‘주의 영광’, 18번 소프라노 독창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하라’, 43번 테너 독창 ‘주께서 저들을 깨뜨리시리라’, 44번 합창곡 ‘할렐루야’까지 가장 사랑받는 12곡이 불려졌다.

특히 “죽음이 사람으로 말미암았으니/죽은 자의 부활도 사람으로 말미암는도다/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같이/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라는 가사로 이루어진 44번 ‘할렐루야’는 ‘메시아’의 백미로 꼽힌다. 1743년 헨델이 런던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동한 나머지 공연 도중 기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1부에서도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콘서트 2부는 4명의 성악가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 아리아를 1곡씩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재욱은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이아경은 생상의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린다’, 김동규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 박미자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그 노래 소리는’을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이어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이 연주됐다. 1824년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이다. 기악과 성악을 혼합한 장엄한 대서사시로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후배 작곡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4악장은 오케스트라가 1∼3악장의 주요 주제를 다시 한번 변주한 후 4악장의 주제인 ‘환희의 선율’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네 성악가들이 각각 부르는 독창으로 이어진 뒤 마침내 오케스트라, 합창, 독창이 모두 함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는 피날레로 끝났다.

예정된 두 시간의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공연장엔 한동안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카를 오르프의 오라토리오 ‘카르미나 부라나’에 나오는 합창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를 앙코르곡으로 부른 다음에야 막이 내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