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면 쓴 산업부… 겉으론 “에너지新산업 시장 창출”실제론 “한전 독점 흔들릴라” 개혁 손놔

입력 2015-12-15 04:00

파리 기후협약 타결에 따른 ‘신(新)기후체제’ 출범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정부의 관련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지난해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완화해줬다. 정부가 203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키우고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실제 정책에서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흘 만에 딴소리하는 산업부=새누리당 전하진 의원 등 26명은 지난해 지능형 전력망 구축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가 정한 거점지구 내에서 작은 발전소나 발전사업자가 소규모 장치를 통해 마음껏 전기를 만들고 거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자는 취지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핵심이다. 일본의 경우 15년 전 이미 시범사업을 시작해 내년부터는 소프트뱅크, 라쿠텐 같은 민간기업 중심으로 전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린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산업부 문재도 2차관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결국 개정안은 폐기됐다. 산업부가 내세운 반대 이유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 전기사업법과 상충된다는 것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체계상 관련 내용이 전기사업법에 담겨야 제대로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기사업법이 이 법의 상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상충된다는 정부 논리는 맞지 않는다. 실제로는 한국전력의 에너지 시장 독점 체제를 흔들고 싶지 않은 정부의 속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당시 전 의원은 “이 법이 통과돼 좋은 성과가 났을 때는 한전이 타격을 좀 입을 텐데 정부가 그래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산자위가 열린 지 불과 나흘 뒤에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시장을 조성하는 등의 정책으로 100조원 시장을 만들겠다는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에너지 시장 벽을 허물겠다고 발표하면서 뒤로는 낙후된 전력시장 개혁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할당제, 정부는 봐주고 발전 6개사는 눈속임=산업부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완화했다. RPS는 대형 발전사업자의 발전량 중 일정량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로 발전사들은 한 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그러나 산업부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할당량 부족분 20%에 대한 유예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3년 유예가 되지 않았다면 올해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들은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정부는 발전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쓰고 있지만 발전 자회사들은 이를 비웃듯 신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우드펠릿을 수입해 채우는 꼼수를 쓰고 있다. 우드펠릿은 목재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나무와 톱밥으로 만드는 고체연료로 정부는 현재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고 있다. 발전사들은 수익성 낮은 태양광 대신 우드펠릿으로 할당량을 채우고 있다. 2012년 4만1572t이던 우드펠릿 수입량은 지난해 146만8197t으로 급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4일 “RPS 유예는 면제가 아니기 때문에 발전사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쌓이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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