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원숭이에 돼지 췌도 이식… ‘32개월 건강’ 최장 기록 경신

입력 2015-12-14 21:23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가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식받고 2년8개월 이상(980일)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존했다. 세계 최장기록(396일)을 갈아 치웠다.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해 인슐린 투여 없이 당뇨병을 치료하는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의 임상시험에 한발 더 다가갔다.

췌장에 섬 모양(세포 덩어리)으로 존재하는 췌도는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관으로, 이게 망가지면 당뇨병에 걸린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장기개발사업단 박정규 단장팀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최근 ‘미국이식학저널’에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박정규 교수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식받은 5마리의 원숭이가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고, 이 중 한 마리는 980일까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세운 396일을 월등히 앞서는 결과다. 췌도 이식은 돼지의 췌장에서 췌도세포만을 분리해 낸 뒤, 원숭이의 간으로 통하는 혈관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원숭이 간에 주입된 돼지의 인슐린 분비세포는 간 혈관을 따라가면서 간 속 모세혈관에 들어가 혈당을 떨어지게 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 사용된 원숭이들은 돼지 췌도 이식 후 나타나는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투여했던 약물을 끊자 혈당이 다시 높아졌다.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이런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함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종장기이식학회는 2009년 이종 간 장기이식의 사람 적용을 위해선 5마리 이상 영장류 실험에서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박 교수는 “2018년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옮겨 심는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