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본격적으로 ‘혈혈단신’ 행보를 시작했다. 애플을 창업했다 되레 쫓겨나기까지 했던 스티브 잡스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기까지 했다. 안 의원은 15일과 17일 고향인 부산과 야권의 ‘성지’ 광주를 방문해 정국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安 “다음은 잡스의 몫”=안 의원은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에 팩스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탈당 사유란에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 실현을 위함’이라고 적었다. 그는 탈당 후 첫 행선지로 지역구(서울 노원병) 내 경로당을 찾았다. 안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를 바꾸기 위한 모든 일을 할 생각”이라며 “처음 정치를 시작하며 약속했던 새로운 정치, 즉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도 던졌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쫓겨났다. 그 다음은 스티브 잡스 몫인 거죠. 다음 결과들은…”이라고 했다. 잡스는 1976년 애플을 창업했다가 1985년 자신이 영입한 CEO에게 쫓겨났고, 이후 애플이 경영난에 처해 러브콜을 보내자 다시 복귀해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내놓으며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일으켰다. 문재인 대표 등 주류 세력이 새정치연합을 ‘창업’한 자신을 쫓아냈지만, 야권 재편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하겠다는 결기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 지역구 변경설에 대해선 “변동사항 없다”고 일축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전날 혁신전당대회 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는 진성준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안철수 신당’ 준비도 잰걸음=안 의원은 이번 주 부산과 광주를 방문해 향후 정국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역 언론 및 지지자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탈당 배경과 정국 구상 등을 설명하고,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15일 하루에만 네 차례 부산 지역 언론과 간담회 및 인터뷰를 가지기로 했다. 출생지인 부산과 ‘안풍(安風)’ 진원지인 광주에서의 여론몰이를 하고, 독자 세력화의 탄력을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 측도 신당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을 분주히 진행 중이다. 한 측근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호가 떨어진 만큼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며 “대선과 창당 작업을 직접 해 본 만큼 실무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 측근들도 서둘러 당적 정리에 나섰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과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 곽태원 노동경제연구소장 등은 오는 17일 탈당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 중이다. 박인복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이태규 전 당무혁신실장 등 전·현직 당직자들도 곧 당적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안 의원 측 기초·광역의원 및 당원들도 대거 당을 떠날 것으로 보여 안 의원 조직은 생각보다 빠르게 재건될 전망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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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빅뱅] 安 “쫓겨난 스티브 잡스처럼”… 화려한 재기 의욕
입력 2015-12-14 21:29 수정 2015-12-14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