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10년째 쉬지 않고 달려왔다… 18일자로 1000화 맞는 ‘마음의 소리’

입력 2015-12-16 04:00 수정 2015-12-16 09:53
웹툰 ‘마음의 소리’ 900화 특집 ‘자서전’의 일부다. 조석 작가는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을 “뭘 하던 엔딩이 나쁜 게 고 2다. 끝에 주인공이 고 3이 돼”라고 코믹하게 표현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네이버 제공
조석 작가가 웹툰 ‘마음의 소리’ 연재 1000화를 맞았다. 사진은 지난 7월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제4대 최강자전 특집에 만화 고수로 출연한 모습. SBS 제공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가 18일자로 1000화를 맞는다. 2000년대 대중문화를 설명하면서 ‘마음의 소리’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10∼20대가 가장 좋아하는 웹툰으로 꼽히는 ‘마음의 소리’는 10년째 꾸준히 연재를 이어오며 대중문화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마음의 소리’는 말 그대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06년 9월 8일 시작해 2015년 12월 18일까지 단 한 차례 휴재도 없었다. ‘마음의 소리’를 그리는 조석(32) 작가는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도, 허리가 아파서 앉아 있을 수 없을 때도 연재를 멈추지 않았다.

종이로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스토리를 이어가거나, 공책에 손으로 그린 만화를 올려 ‘펑크’를 막았다. 마감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가 자신을 캐릭터로 만든 조석과 그의 아버지 조철왕, 형 조준, 어머니(어머니는 한 번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내 애봉이 등은 회를 거듭하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성장했다. 애봉이의 5대5 가르마에 딱 떨어지는 촌스러운 단발은 ‘애봉이 머리’라고 불리며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차용한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만화에서다. ‘못생긴 건 좀 괜찮아?’ ‘지랄이 자세하면 디테랄’ 같은 재기 넘치는 유행어도 ‘마음의 소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캐릭터와 유행어만으로 지금에 이른 것은 아니다. 연재 1000화를 기록할 수 있었던 ‘마음의 소리’의 힘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잘 짜여진 스토리의 힘=생활 속 개그 만화로 출발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의 개그만으로는 1000화를 끌어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투경찰 시절 날아오는 병을 보고 ‘멸치액젓’을 외쳤던 것과 같은 경험담은 어느새 기상천외하고 창의적인 설정 속 개그로 바뀌었다. 탄탄한 스토리 안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됐다. 매번 잘 짜여진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유머만 있는 건 아니다. 시대 상황과 흐름에 대한 풍자와 해학도 적절히 녹아 있다. 893화 ‘신비한 동물 리뷰2’가 대표적인 예다. 만화는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현대인을 ‘폰딧불이’라고 부르며 전개된다.

‘폰딧불이는 도심 속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목과의 터치류 곤충입니다. 빛이 나는 이 부분은 폰딧불이의 더듬이이자 앞발입니다. 폰딧불이는 이 부분을 이용해 매우 멀리 볼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다른 곤충들과는 다른 형태의 눈을 가져 아주 멀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건 못 보는, 지독한 원시입니다. 불쌍한 녀석이죠.’

‘마음의 소리’는 시트콤으로도 제작된다. ‘하이킥’ 시리즈와 ‘크크섬의 비밀’ 등을 연출한 김영기 PD가 감독을 맡았다. 조석 아버지(이경영)와 어머니(박미선) 역할은 캐스팅이 확정됐고 조석과 주요 캐릭터는 섭외 중이다.

◇‘조석’이라 가능했던 ‘월수입 7800만원’ 해프닝=요즘에는 ‘7800’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7800’은 한 때 조 작가의 월수입으로 잘못 알려진 숫자다.

전말은 이렇다. 네이버가 지난해 웹툰 10년을 결산하며 ‘작가 최고 수입 월 7800만원’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 작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독자들은 조 작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봉 10억설’이 돌았던 조 작가는 이 해프닝을 ‘마음의 소리’에 수시로 녹여 개그로 연결시키고 있다.

놀라운 대목은 여기에 있다. 그의 월수입이 다소 부풀려졌지만 ‘어이없다’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럴 만 하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누적 조회수 50억, 회당 조회수 평균 500만, 누적 댓글수 1000만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이 웹툰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다. ‘웹툰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조 작가의 성실성과 꾸준함도 더해졌다.

조 작가는 매번 마감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 네이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회수를 비롯해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안나오고 후회가 들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