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가 18일자로 1000화를 맞는다. 2000년대 대중문화를 설명하면서 ‘마음의 소리’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10∼20대가 가장 좋아하는 웹툰으로 꼽히는 ‘마음의 소리’는 10년째 꾸준히 연재를 이어오며 대중문화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마음의 소리’는 말 그대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06년 9월 8일 시작해 2015년 12월 18일까지 단 한 차례 휴재도 없었다. ‘마음의 소리’를 그리는 조석(32) 작가는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도, 허리가 아파서 앉아 있을 수 없을 때도 연재를 멈추지 않았다.
종이로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스토리를 이어가거나, 공책에 손으로 그린 만화를 올려 ‘펑크’를 막았다. 마감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가 자신을 캐릭터로 만든 조석과 그의 아버지 조철왕, 형 조준, 어머니(어머니는 한 번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내 애봉이 등은 회를 거듭하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성장했다. 애봉이의 5대5 가르마에 딱 떨어지는 촌스러운 단발은 ‘애봉이 머리’라고 불리며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차용한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만화에서다. ‘못생긴 건 좀 괜찮아?’ ‘지랄이 자세하면 디테랄’ 같은 재기 넘치는 유행어도 ‘마음의 소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캐릭터와 유행어만으로 지금에 이른 것은 아니다. 연재 1000화를 기록할 수 있었던 ‘마음의 소리’의 힘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잘 짜여진 스토리의 힘=생활 속 개그 만화로 출발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의 개그만으로는 1000화를 끌어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투경찰 시절 날아오는 병을 보고 ‘멸치액젓’을 외쳤던 것과 같은 경험담은 어느새 기상천외하고 창의적인 설정 속 개그로 바뀌었다. 탄탄한 스토리 안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됐다. 매번 잘 짜여진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유머만 있는 건 아니다. 시대 상황과 흐름에 대한 풍자와 해학도 적절히 녹아 있다. 893화 ‘신비한 동물 리뷰2’가 대표적인 예다. 만화는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현대인을 ‘폰딧불이’라고 부르며 전개된다.
‘폰딧불이는 도심 속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목과의 터치류 곤충입니다. 빛이 나는 이 부분은 폰딧불이의 더듬이이자 앞발입니다. 폰딧불이는 이 부분을 이용해 매우 멀리 볼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다른 곤충들과는 다른 형태의 눈을 가져 아주 멀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건 못 보는, 지독한 원시입니다. 불쌍한 녀석이죠.’
‘마음의 소리’는 시트콤으로도 제작된다. ‘하이킥’ 시리즈와 ‘크크섬의 비밀’ 등을 연출한 김영기 PD가 감독을 맡았다. 조석 아버지(이경영)와 어머니(박미선) 역할은 캐스팅이 확정됐고 조석과 주요 캐릭터는 섭외 중이다.
◇‘조석’이라 가능했던 ‘월수입 7800만원’ 해프닝=요즘에는 ‘7800’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7800’은 한 때 조 작가의 월수입으로 잘못 알려진 숫자다.
전말은 이렇다. 네이버가 지난해 웹툰 10년을 결산하며 ‘작가 최고 수입 월 7800만원’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 작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독자들은 조 작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봉 10억설’이 돌았던 조 작가는 이 해프닝을 ‘마음의 소리’에 수시로 녹여 개그로 연결시키고 있다.
놀라운 대목은 여기에 있다. 그의 월수입이 다소 부풀려졌지만 ‘어이없다’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럴 만 하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누적 조회수 50억, 회당 조회수 평균 500만, 누적 댓글수 1000만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이 웹툰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다. ‘웹툰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조 작가의 성실성과 꾸준함도 더해졌다.
조 작가는 매번 마감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 네이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회수를 비롯해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안나오고 후회가 들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웹툰으로 10년째 쉬지 않고 달려왔다… 18일자로 1000화 맞는 ‘마음의 소리’
입력 2015-12-16 04:00 수정 2015-12-16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