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림 황폐화 세계 3위… 10년간 120만㏊ 사라져

입력 2015-12-14 21:26 수정 2015-12-14 23:42
함경북도 무산군 두만강 인근 마을 뒷산이 산 정상까지 마구잡이로 개간돼 북한 산림 황폐화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11월 평양의 중앙양묘장을 시찰하면서 삼림 복구 전투와 대대적인 나무심기 운동을 지시했다. 김 제1비서는 시찰하는 자리에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는 동안 나라의 산림자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삼림 황폐화의 심각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삼림 파괴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이 처럼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한 ‘극단적인 산림황폐화 9개국’에 포함됐다. 황폐화 9개국은 북한을 포함해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등이다. 북한은 산림황폐화 지수 3위를 기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남성현)이 1999년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 산림 황폐지를 분석해온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약 10년 동안 평양 면적의 11배인 120만ha의 산림이 사라진 것이다. 산림과학원은 통일에 대비해 1996년부터 인공위성 영상분석을 통해 북한 산림자원량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후 해상도를 높여가면서 북한 전역의 산림 황폐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지역별 특징 및 기후대를 고려해 북한을 4대 권역(남북접경, 중남부, 중북부, 북중접경)으로 구분하고, 권역별 주요 지역인 5개 시(혜산시, 평양시, 개성시, 안주시, 신의주시) 6개 군(고성군, 수안군, 북청군, 위원군, 삼수군, 무산군) 등 11개 지역을 대상으로 산림황폐지 실태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의 산림 황폐화율은 1999년 24.7%에서 현재 32.1%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 북한 전역의 산림황폐화율 32%와 비교할 때 산림 황폐화율은 어느정도 수렴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1970년대 경작지 확대를 위한 ‘자연 5대 개조사업’을 통해 경사 15도 이상의 경사지에 다락밭(계단밭)과 비탈밭을 조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1990년대 국제적 고립과 수년간 이어진 자연재해로 인한 ‘고난의 행군’시절, 식량 증산을 위해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연료 부족으로 민가 뒷산의 쓸 만한 나무는 땔감용으로 사라졌으며, 외화벌이를 위한 벌목도 울창했던 북한 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림과학원은 남북 간 산림·임업분야의 교류·협력과 북한 산림황폐지 복구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남북 산림협력의 물꼬가 트일때를 대비해 산림복구가 시급한 지역을 미리 탐색함으로써 신속하고 효율적인 복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