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 주요국 금융시장 요동
입력 2015-12-14 21:40 수정 2015-12-14 21:46
인상을 예고한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임박하자 주요국 증시가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전 세계에 풀었던 막대한 달러를 회수한다는 뜻이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리가 시장을 짓누르면서 14일 코스피지수는 1920선으로 밀렸고 코스닥지수는 3%대 급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80포인트(-1.07%) 내린 1927.82로, 코스닥지수는 23.11포인트(-3.54%) 내린 630.37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지난 9월 8일(1878.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9거래일째 지속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IBK투자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미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은 외국인 순매도세를 연장시켜 국내 증시의 반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최근 관망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 금리 인상 임박에 따라 급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환율은 한때 1190원대에 근접하다 5.3원 오른 1184.8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3% 넘게 폭락하다 1.80% 내린 채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0.93%, 호주 ASX200지수는 2.01% 하락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1% 올랐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연말 글로벌 금융시장에 삼중고가 엄습해 신흥국 금융불안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중고는 미 금리 인상과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을 가리킨다.
위안화 약세는 미 금리 인상과 유가 폭락 못지않게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4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6.4495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 대신 무역 파트너 국가들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과 연동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금은 달러 가치가 오르면 위안화 가치도 오르는 구조지만, 위안화 환율을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면 평가절하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중국이 새로운 환율전쟁을 개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주에 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도 2∼4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51명 중 24%가 내년에 연준이 0.25% 포인트씩 2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39%는 3차례, 30%는 4차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로저 부틀 회장은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미국의) 물가가 확실히 올라가면 금리는 2017년 말까지 3.5%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미국 금리가 5년 이내에 다시 제로(0)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천지우 기자, 배병우 선임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