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7일 천하’가 막을 내렸다. 테러 공포 속에서도 프랑스가 반(反)이민 정책을 기조로 내건 극우정당의 폭주를 막아낸 것이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전체 선거 지역의 절반 가까이 얻었던 것과 달리 최종 투표에선 완패했다. 극우정당을 저지하기 위해 정당과 민심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 2차 투표에서 13개 도 가운데 국민전선이 단 한 지역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1차 투표 당시 국민전선은 6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상승세를 살리지 못했다.
국민전선은 1차 투표에서 27.7%의 사상 최고 득표율로 공화당(26.7%)과 사회당(23.1%)을 제치고 프랑스 제1정당에 올랐다. 그러나 2차 투표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제1야당 공화당(LR)을 비롯한 중도우파 정당이 일드프랑스 등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7곳, 집권 사회당(PS) 등 좌파 정당이 5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득표율로 보면 공화당이 40.7%로 1위, 사회당은 31.6%, 국민전선은 27.4%로 그 뒤를 이었다. 지방의원 의석별로는 공화당 등 우파가 668석, 사회당 등 좌파는 473석, 국민전선은 294석을 각각 획득했다. 우파는 수도권에서 17년 만에 승리했고, 코르시카에서는 민족주의 정당이 승기를 잡았다.
전세를 뒤집은 주된 요인은 극우정당이 프랑스를 손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정당들과 유권자들의 위기의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투표 직후 집권 사회당은 “국민전선을 막기 위해 좌파 정당이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권을 독려했다.
사회당은 2차 투표에서 마린 르펜(47) 국민전선 대표와 그녀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25)이 출마한 지역에서 자당 후보를 사퇴시키고 좌파 유권자들의 표를 공화당에 몰아줬다. 이에 따라 북부 노르파드칼레피카르디에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의 자비에 베르트랑 전 노동장관이 57.6%의 득표율로 르펜 대표를 눌렀다. 마레샬 르펜이 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선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도 공화당의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이 54.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국민들의 투표율도 5년 전 지방선거 당시 43%에서 이번에는 58%로 상승했다.
르펜 대표의 바람대로 프랑스를 가지진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전선의 선전은 ‘르펜의 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1차 투표를 통해 극우 세력의 인물이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수도 있으며 프랑스의 극우화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확인한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7년 대선이 1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르펜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우정당을 막아냈음에도 집권 사회당 소속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그 어떤 ‘승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밤의 결과에 대해서는 안도할 이유도 없고 성공했다는 기분에 빠져있을 수도 없으며, 이겼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없다”면서 “극우 세력의 위험성은 제거되지 않았으며 1차 투표의 결과에 대해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의무는 유권자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고 더 빨리 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7일의 기적, 佛 좌우합작 극우에 패배 안기다…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방선거 결선 완패
입력 2015-12-14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