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금리인상 위험’ 고려… 원리금 나눠 갚는다

입력 2015-12-14 21:42 수정 2015-12-14 23:28
정부와 전국은행연합회가 14일 발표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신규 주택 구입용 대출과 위험도 높은 대출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했다.

또 대출자의 상환능력 검증을 강화해 내년부터 돈을 빌려 집 사기가 훨씬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새로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는 경우 집값 대비 대출액(LTV·주택담보인정비율)이나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상환액(DTI·총부채상환비율)이 각각 60%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에는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신규 대출을 포함해 주담대 담보물건이 3건 이상인 경우와 소득을 산정할 때 원천징수영수증 대신 신고소득(신용카드 사용액, 최저생계비 등)을 적용한 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고소득은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같은 증빙소득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비거치식 분할상환 전문 예상 규모는 연평균 주담대 신규 취급액(약 126조원)의 20% 수준인 약 25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소득 심사도 강화된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에 거주한 A씨가 과거 은행에서 4인 기준 최저생계비(연 2000만원)를 활용해 10년 만기 1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앞으로는 국세청이 발급하는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제출해야 이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정부는 대출을 할 때 객관성이 높은 증빙소득 자료를 우선 활용토록 했다. 증빙소득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소득(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로 추정한 소득)이나 신고소득을 활용한다. 다만 최저생계비를 활용하는 경우는 집단대출이나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로 제한된다.

◇금리 인상 위험 고려해 종합적 상환능력 평가=가이드라인에는 향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고려해 스트레스 금리(상승가능금리)를 변동금리 대출 시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연소득 3000만원인 B씨가 3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고 변동금리로 2억1000만원(만기 10년, 금리 2.5%)을 대출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재 B씨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인 DTI는 79.2%다. 하지만 실제 대출금리에 스트레스 금리 2.7%를 얹으면 원리금상환액이 늘기 때문에 스트레스 DTI는 89.9%가 나와 상한선 80%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B씨는 2억1000만원을 변동금리로는 대출받을 수 없고, 고정금리로 받아야 한다. 굳이 변동금리를 선택하려면 DTI 80% 이하 금액인 1억87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이달 현재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스트레스 금리는 2.7%다. 향후 매년 12월마다 스트레스 금리를 공시하고 이듬해 1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DTI를 확장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한다.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카드론 등 기타대출까지 포함해 상환 부담을 평가하는 지표다. DSR이 80%를 초과하면 대출액이 제한받지는 않지만 은행의 사후관리 대상으로 선정돼 집중 관리를 받는다.

◇가이드라인 적용 예외는=모든 신규 주담대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LTV가 60%를 넘는 경우라도 DTI가 30% 이하면 거치식이나 일시상환 방식이 가능하다. 고소득자의 경우엔 같은 금액을 빌려도 저소득자보다 DTI가 낮아진다.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아파트 집단대출과 명확한 상환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이드라인 시행 이전에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받은 사람이 기존 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2018년 말 이전에 거치기간을 늘리기로 하면 거치 연장기간을 최장 3년까지 둘 수 있도록 했다. 애초 거치기간을 늘리는 것은 신규 대출로 취급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적용 예외를 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