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총회영성수련원 심포지엄] 한국인 심성에 맞는 영성이란

입력 2015-12-14 18:48 수정 2015-12-14 19:58
한국인의 영성은 한국인 특유의 문화구조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한국교회가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긍정적 요소를 최대한 살리는 영성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한 크리스천이 교회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왜 한국인은 침묵 기도보다 뜨겁게 외치는 기도를 좋아할까. 왜 유독 한국에는 기도원이 많을까. 한국 기독교 현장에서 보게 되는 ‘한국인의 영성’을 한국 고유의 문화구조를 토대로 분석하고 한국적인 ‘영성의 길’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영성수련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5가길 초동교회 난곡홀에서 개최한 올해 두 번째 영성심포지엄이다.

한국민요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제주대 교육학과 조영배 교수가 ‘한국 문화구조로 본 한국인의 심성과 영성’을 발표했다. 뒤늦게 신학을 공부한 그는 강정생명평화교회 목사로 있으면서 음악과 한국인 영성의 상관관계 등을 연구해왔다.

그는 영성의 개념을 ‘인성이 신성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작용으로서의 힘’으로 규정하고, 인성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인성을 결정하는 문화구조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영성 이해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민요를 분석해 독특한 한국인의 사회적 인성을 읽어냈다. 한국인은 ‘대칭이나 등가 상태에 무언가를 추가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더하기 문화’를 갖고 있고 이로부터 신명성과 포괄성, 역동성이라는 사회적 인성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명성이 지나치면 과장성을 낳고, 이질적인 것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성은 종종 적당성으로 변질되며 역동성이 과할 경우 불안정성을 가져온다. 그는 “침묵 기도도 중요하지만 뜨거운 음성기도 또한 필요하다”며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영성이란 결국 채움과 비움을 끊임없이 울렁거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 김영수(동수원장로교회 동역) 목사는 영국 랭커스터 대학에서 기도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7년 기도원을 찾은 기독교인 40여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기도원과 영성의 상관관계를 고찰했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신자들이 중대한 삶의 문제를 기도원에 가서 다루는 데 주목했다. 어떤 종교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진실하게 기도를 드리면 세속적 소망이 이뤄진다고 믿는 한국적 특성을 볼 수 있다. 특히 기도원은 유교문화적 가치인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의 산물이다. 한국인은 교회를 교인과 서로 속속들이 알고 가족까지 함께 만나는 친밀한 공동체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내밀한 문제를 교회 안에서 다루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는 부흥사들이 주도하는 부흥회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으나 90년대 들어와 부흥회는 줄어들고 기도원이 급격하게 늘면서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는 “기도원에서 은사체험, 신비체험 등 주관적인 하나님의 경험을 하는 것은 영성 운동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기독교 영성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지속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때, 개인의 세속적 문제 해결을 위해 찾는 기도원 운동을 기독교 영성과 연관짓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순원 기장 총회영성수련원장은 ‘한국인의 예술에 나타난 영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물놀이, ‘까치호랑이’ 민화,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등을 통해 한국 문화의 특징을 고요, 신바람, 웃김, 어울림으로 규정했다. 그는 “고요한 영성과 뜨거운 영성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뜨거운 영성만 강조해 한국 교회에 많은 문제가 생겼으니 당분간 한국교회는 침묵의 영성, 고요의 영성을 훈련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두 차례 열렸던 영성 심포지엄 내용을 묶어 별도의 자료집을 낼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