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여대생들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말을 배우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이 영어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주인공은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 2학년 하미연(21) 조은희(21), 글로벌협력전공 3학년 이희재(22), 법학부 1학년 박민영(20)씨다. 박씨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기도 하다.
이들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앱 ‘씨피킹(SEEpeaking)’은 화면 중간에 영어 단어를 제시하고 상단에 해당 단어를 발음하는 입 모양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이용자의 입을 비춘 ‘셀카’ 영상이 뜬다. 동영상과 자신의 입 모양을 비교하며 영어 발음을 연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앱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발음의 정확도도 판단한다. 발음 정확도는 ‘80%’ ‘90%’ 같은 수치로 보여준다.
현재 앱에는 ‘cat(고양이)’ ‘ten(10)’ ‘pig(돼지)’처럼 간단한 단어 100여개의 발음 정보가 저장돼 있다.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 수화 동영상도 들어가 있다.
앱 개발 계기는 하미연씨와 박민영씨의 만남이다. 하씨는 올 1학기 청각장애 학우 수업대필 도우미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박씨를 알게 됐다. 여행을 좋아하는 박씨가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어울리기를 꿈꾼다는 것을 알고 방법을 찾다 앱을 생각해냈다.
앱 개발 경험이 전무한 학생들은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기초부터 익혀나갔다. 박씨는 청각장애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직접 기획한 ‘1박2일 영어마을 캠프’ 등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조사했다.
지난 9월 개발에 들어간 앱은 지난달 말 완성됐다. 학생들은 이 앱과 함께 발음 교정 학습지도사를 뜻하는 ‘발음 디렉케이터(Direcator)’라는 직종을 아이디어로 제시해 이달 4일 고용노동부 주최 ‘2015 청년취업 아카데미 창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들은 앱에 더 많은 단어를 넣고 진동의 길이와 세기를 이용해 발음의 장단과 강약을 알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하씨는 “앱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문가나 정부·기업·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청각장애인 영어발음 교정 위한 앱 나왔다
입력 2015-12-14 18:54 수정 2015-12-14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