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영어발음 교정 위한 앱 나왔다

입력 2015-12-14 18:54 수정 2015-12-14 23:49
청각장애인 영어 발음 교정용 애플리케이션 ‘씨피킹’을 개발한 숙명여대 학생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미연 박민영 조은희 이희재씨. 하미연씨 제공

인문계 여대생들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말을 배우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이 영어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주인공은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 2학년 하미연(21) 조은희(21), 글로벌협력전공 3학년 이희재(22), 법학부 1학년 박민영(20)씨다. 박씨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기도 하다.

이들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앱 ‘씨피킹(SEEpeaking)’은 화면 중간에 영어 단어를 제시하고 상단에 해당 단어를 발음하는 입 모양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이용자의 입을 비춘 ‘셀카’ 영상이 뜬다. 동영상과 자신의 입 모양을 비교하며 영어 발음을 연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앱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발음의 정확도도 판단한다. 발음 정확도는 ‘80%’ ‘90%’ 같은 수치로 보여준다.

현재 앱에는 ‘cat(고양이)’ ‘ten(10)’ ‘pig(돼지)’처럼 간단한 단어 100여개의 발음 정보가 저장돼 있다.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 수화 동영상도 들어가 있다.

앱 개발 계기는 하미연씨와 박민영씨의 만남이다. 하씨는 올 1학기 청각장애 학우 수업대필 도우미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박씨를 알게 됐다. 여행을 좋아하는 박씨가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어울리기를 꿈꾼다는 것을 알고 방법을 찾다 앱을 생각해냈다.

앱 개발 경험이 전무한 학생들은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기초부터 익혀나갔다. 박씨는 청각장애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직접 기획한 ‘1박2일 영어마을 캠프’ 등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조사했다.

지난 9월 개발에 들어간 앱은 지난달 말 완성됐다. 학생들은 이 앱과 함께 발음 교정 학습지도사를 뜻하는 ‘발음 디렉케이터(Direcator)’라는 직종을 아이디어로 제시해 이달 4일 고용노동부 주최 ‘2015 청년취업 아카데미 창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들은 앱에 더 많은 단어를 넣고 진동의 길이와 세기를 이용해 발음의 장단과 강약을 알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하씨는 “앱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문가나 정부·기업·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