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염병 대응 전문가가 2년 계약직? 정부, 메르스 사태 땐 “美 CDC처럼 양성” 공언하더니…

입력 2015-12-14 21:14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 정규직으로 뽑겠다고 공언했던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을 계약직인 2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역량과 의지를 가진 우수 인재가 과연 ‘계약직’에 지원할지, 국가방역체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질병관리본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역학조사관 공개모집 공고를 보면, 모집 대상인 역학조사관 30명은 모두 계약기간이 2년인 전문임기제 공무원이다. 전문임기제 가급 7명, 나급 18명, 다급 5명이다. 공고에는 ‘근무실적 등이 우수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계약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 뒤에 했던 약속과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1일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대부분 공중보건의사로 구성돼 있던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특수직렬인 ‘방역직’을 신설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역학전문요원 과정 위탁교육 등 다양한 경력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전문가들은 2년짜리 계약직 역학조사관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경험 많고 연륜 있는 사람이 가기에는 턱도 없는 조건이라고 혹평한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깐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이 지원할지 모르겠지만 국가방역체계 구축과 감염병 대응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가지 않을 것”이라며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가며 일해야 한다면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에게 지급하는 보수도 지원자들이 주로 의사 자격증 소지자임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 공고에 적힌 나급 계약직원의 연봉은 4300만∼6500만원 수준이고, 가급은 5200만원이 하한선이다. 가·나급은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가급은 6년 이상, 나급은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연구 경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내과, 예방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지원하면 우대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인사과 관계자는 “전문임기제는 보수 수준이 높은 전문가를 융통성 있게 채용하기 위한 제도로 흔히 생각하는 비정규직과는 다르다”면서 “처음 계약은 2년을 하지만 본인 희망과 근무 성적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