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4일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섰다. 안철수 의원 탈당에도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고 말한 만큼 ‘혁신안’ 관철과 당대표 퇴진론에 정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 의원 탈당의 ‘원심력’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무거운 숙제다.
문 대표는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오전 10시쯤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자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당 수습책을 어떤 방향으로 고민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우선은 우리 어머니 뵈러 가는 게 목표”라며 “갔다와서 봅시다”라고만 답했다. 문 대표는 부산 영도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 마음을 추스르고 정국을 구상한 뒤 16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무에 복귀한다.
만면에 미소를 띤 문 대표와 달리 부인 김정숙씨가 집 앞으로 가지고 나온 재활용 쓰레기봉투에는 두 개의 빈 소주병이 들어 있었다. 문 대표가 전날 마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전날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고 심경을 피력한 바 있다.
문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크게 혁신과 인재영입, 야권통합의 기조로 당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단 문 대표가 혁신안 관철을 강조한 만큼 ‘시스템 공천’을 통한 ‘총선 물갈이’로 새누리당과의 혁신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란 얘기다. 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2016년 총선 승리를 위해 새정치연합이 가야 할 길은 혁신과 단합뿐”이라며 “우리는 당 화합과 혁신 시스템을 결합한 20대 총선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또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만큼 새로운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강조해온 것으로 볼 때 유력 경제인들이 영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정의당 등과 야권통합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표에게 가장 큰 숙제는 무엇보다 안 의원 탈당의 후폭풍을 조기에 진정시키는 것이다. 안 의원뿐 아니라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호남 민심에 호소하고 있는 만큼 그도 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호남 여론을 붙잡을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주류에서 사퇴론이 번지고 있는 데다 추가 탈당 명단도 나오고 있어 문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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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