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함, 터키 어선 향해 위협사격

입력 2015-12-14 19:40 수정 2015-12-14 23:36
지난달 터키 영공에서 발생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 이후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러시아와 터키의 충돌이 바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함이 에게해에서 터키 어선에 위협사격을 가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러시아 함정들이 흑해에서 자국 시추선의 이동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터키 상선의 항로를 강제로 바꾸게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성명에서 “에게해 북부 그리스 림노스섬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경비함 ‘스메틀리비’호가 터키 예인망 어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관계자는 “터키 어선이 스메틀리비함의 오른편으로 약 1㎞ 거리까지 접근한 것을 발견하고 무선 교신을 시도했으나 답하지 않았고 조명 및 로켓 신호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배가 600m 거리까지 근접했을 때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사격을 가했으며 어선은 540m 거리에서 황급히 항로를 변경해 스메틀리비호를 지나쳐 갔다고 설명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사건을 ‘도발적인 행위’로 규탄하고 모스크바 주재 터키대사관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반면 터키 어선은 러시아 군함의 사격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메블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격을 가한 러시아 군함의 행동이 지나친 것이었다며 “우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4일에도 러시아 국경수비대 소속 경비선과 흑해함대 소속 미사일 고속정이 흑해에서 러시아 에너지업체의 시추선 항로를 막고 있다는 이유로 터키 상선의 항로를 강제로 변경시켰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이 전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달 24일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의 수호이(Su)-24 전폭기를 격추한 뒤 극도의 경색 국면을 맞았다. 러시아는 자국 전폭기 피격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를 상대로 농산물 금수, 러시아 내 터키 기업활동 제한, 양국 간 비자면제협정 잠정 중단, 자국인 터키 여행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 터키는 자국 영공 침범에 대한 정방방위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압박을 버티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