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이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리더십 실종 상태의 ‘민낯’을 다시 드러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옛 지도자’는 오래전에 다 사라졌는데, 아직도 당을 이끌 ‘새 리더십’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친노(친노무현)계, 호남,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그룹’으로 제각각 쪼개진 당을 통합할 ‘리더’는 없고,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만 남은 형국이다. ‘10년 야당’을 넘어 ‘만년 야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는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일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라면 새정치연합은 저마다 1∼2%씩 지분을 가진 주주가 많은 조직”이라며 “친노, 86그룹, 호남이 각각 명분이나 ‘게임의 룰’도 없이 지분의 극대화만을 위해 움직였다”고 혹평했다.
특정 계파의 패권정치 논란은 단 한 번도 종식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2012년 정치 입문 이후 끊임없이 ‘친노 패권주의’ 논란에 시달렸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은 호남과 호남 출신 수도권 그룹이지만 차기 주자에 대해선 호남과 호남 출신이 배제돼 왔다”며 “그렇다면 (문 대표가) 전체 지지 세력을 포괄하는 리더십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이 내부에서 배출한 유력 정치인도 찾기 힘들다. 문 대표와 안 의원마저 갑작스럽게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다. 여전히 60, 70대 중진·원로그룹이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리더십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제는 당을 이끌어야 할 ‘86그룹’은 “조로했다”는 비판만 듣는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계파 틀에 갇히면서 새 인물은 들어오기도, 살아남기도 힘들다. 당내 중도 모임인 ‘통합행동’의 한 인사는 “국회의원 130명 중 60여명이 운동권 출신이다. 당에 경제·외교·국방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사분오열된 제1야당은 정권교체 역량을 키우기보다 선거 때마다 군소정당과 연대하는 ‘정치공학’을 택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총선에서도 지금은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손잡았다. 같은 해 대선 때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이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사퇴해 사실상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다. 하지만 선거에선 연전연패했다. 문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도 정의당과의 통합을 공식화한 상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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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