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이 92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세계 전역이 ‘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적도 부근 무역풍이 약화돼 수온이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과 대기 오염물질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13일(현지시간) 뉴욕 센트럴파크의 기온이 19도까지 상승해 당일 최고 기록이었던 1923년의 17.7도를 92년 만에 갈아 치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6일에도 센트럴파크 기온은 23도를 기록해 당일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13일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 일대의 기온은 21.7도까지 치솟아 1889년 기록과 같았다.
AFP통신은 이상고온으로 뉴욕에서 일부 주민이 반팔에 샌들을 신고 외출했으며, 맨해튼 도심 곳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전날 미 전역에서 열린 ‘산타콘’(산타클로스 축제) 행사에는 빨간 반바지와 티셔츠만 입거나 아예 상의를 벗어던진 참가자도 있었다. 미 기상전문방송 웨더채널은 국립환경정보센터(NCEI) 발표를 인용해 이달 1일부터 10일간 미 전역에서 각 당일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574회 경신됐다고 전했다.
아시아 대륙도 마찬가지다. 야후재팬에 따르면 일본 남서부는 이달 들어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로 더운 12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11일 도쿄의 낮 최고기온은 24도, 오사카는 23도까지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12월도 평년보다 따뜻해 올해 유럽이 사상 최고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MO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가 올랐다면서 엘니뇨 현상과 대기 오염물질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학계에서 지구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1∼2도 상승’ 범위에 다다른 수치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14일 “올해 역대 가장 강한 엘니뇨로 인해 식량안보와 생명을 위협하는 극단의 기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92년 만에 가장 더운 겨울… ‘8월의 크리스마스’ 맞을라
입력 2015-12-14 19:42 수정 2015-12-14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