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신당’ 호남·중도층 흡수땐 파괴력… 정치권, 총선 셈법 분주

입력 2015-12-14 22:00
‘안철수 신당(新黨)’의 파괴력을 놓고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지역기반 확보와 중도성향 유권자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신당의 성패가 걸렸다는 분석 속에 여권도 안철수발(發) 야권 재편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자민련+α’냐, ‘제2의 민국당’이냐=신당이 호남에서 확실한 지역기반을 구축한다면 총선을 계기로 제1야당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자유민주연합(자민련)+α’ 시나리오다. ‘충청 맹주’ 김종필 대표가 공화계 세력을 이끌고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1995년 3월 창당한 자민련은 3개월 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싹쓸이했다. 이듬해 15대 총선에선 50석을 얻었고,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김종필’ 후보 단일화를 통해 공동정권을 창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4일 “확실한 지역기반이 없는 정당은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호남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신당에 내줄 경우 수도권에서도 고전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진보, 친노(친노무현)만 남은 껍데기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혹한 전망을 내놓는 인사도 있다.

물론 신당이 중도 성향 중량급 인사 영입 없이 여야의 공천 탈락(예상)자로 급조된다면 ‘제2의 민주국민당(민국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2000년 16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김윤환 이수성 조순 이기택 김상현 등 여야 공천 탈락 인사가 대거 참여했던 민국당은 국회의원 당선자를 2명밖에 못 건지며 참패했다.

◇여권의 총선 셈법 분주=대부분 전문가들은 안 의원 탈당이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접전지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야권 분열로 여당이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신당 세력과 새정치연합의 후보 연대 가능성은 낮은 반면 고령층의 보수정당 충성도 강화로 인해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안철수 신당’ 출현으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개정에 필요한 180석 확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아직은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지금까지 그랬듯 현재 상황만 보고 하는 예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총선 직전에 야권이 손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안 의원이 공언한 ‘중도 세력화’에 동참할 인사와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손학규 전 고문, 정운찬 전 총리 등 거물급 인사들과 손을 잡은 신당이 출현하면 새누리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중도 신당으로 돌아설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승민 사태’ 후 새누리당의 ‘우클릭 일변도’에 반발하는 인사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