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실로 줄줄이 신용등급을 강등 당했다. 사별로 2016년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유가로 갈수록 해외건설 업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자금순환에 차질=14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SK건설과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종전 A, A-에서 각각 A-, BBB+로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A에서 BBB+로 두 단계나 강등됐다. 두산건설, 태영건설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낮아졌다.
해외발주처 사정이 나빠지면서 미청구공사대금 규모가 커졌고,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미청구공사대금은 건설사들이 공사를 수주했지만 발주처가 시공사의 공사진행률을 인정하지 않고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발생한다. 시공사는 공사를 50%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발주처는 40%로 보고 나머지 10%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을 거부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통상 시공사는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않고, 채권을 발급받아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미청구공사대금은 올해 총 17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내년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둔 건설사들이 많다.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주요 건설사들의 2016년 만기도래 회사채 잔액은 총 2조5965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상반기에만 절반이 넘는 1조3715억원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GS건설은 내년 2월 32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SK건설은 내년 2월 1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되고, 한화건설은 상반기에만 1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추가 발행이 막히거나, 높은 은행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며 “가뜩이나 업계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각 회사들의 자금흐름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업황도 먹구름=하루가 다르게 급락하는 국제유가도 건설업계의 시름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 30달러대로 추락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악화로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공사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다. 저유가는 남미 등 신흥국의 위기로도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유가가 낮아지면서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시장의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고,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오일머니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중동에 이어 신흥국에서도 건설업계가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나서는 점도 건설사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입찰·보증제도의 변별력을 높여 시장기능을 강화하고, 우수기업에는 기회를 주고 부실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4중고’ 울상 건설업계… “회복 기미 없는 내년 더 걱정”
입력 2015-12-14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