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제품에만 지갑 열어… ‘불황형 소비’ 굳어지나

입력 2015-12-14 19:10
가계부채 증가 및 미국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저가 실속형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TV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을 대폭 낮춘 프랜차이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CJ오쇼핑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히트상품 10개를 분석한 결과 고가 상품 대신 중저가 세트 상품 판매가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수량 기준 상위 10위까지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도 지난해 10만7000원에서 올해 8만9000원으로 1만8000원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0위 제품 중에선 나탈리쉐즈 라마 코트가 29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지만 올해는 그 절반 정도 가격인 ‘에셀리아 린넨 수트 5종 세트’가 14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신희권 CJ오쇼핑 편성팀장은 “지갑 사정이 어려워진 것을 고려해 중저가 세트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인 것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NS홈쇼핑 역시 올해 히트상품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충동구매를 줄이고 실속형 소비가 대세였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에선 가격에서 이점을 갖고 있는 자체브랜드 상품 비중이 높아졌다. 간편식, 의류, 생활용품 등에서 자체브랜드 상품을 출시한 이마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해당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8.3%에서 올해 20.0%로 높아졌다. 자체브랜드 매출 비중이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홈플러스의 올해 자체브랜드 상품 비중은 28.4%로 전년 대비 2.8% 포인트 상승했다. 이밖에 최저가 생필품 판매채널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커머스 티몬의 ‘슈퍼마트’ 월 매출이 오픈 5개월 만에 3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5배 뛰기도 했다.

기존 커피전문점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춘 ‘매머드 커피’와 ‘빽다방’, 1500원짜리 생과일주스를 파는 ‘쥬씨’ 역시 인기를 끌면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SPA(제조·유통 일괄) 붐을 일으킨 유니클로는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속형 소비 확산과 잇따른 가격 파괴 바람이 장기불황 당시 일본의 상황과 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일본 역시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규돈 체인점 등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일어났고,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성장이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