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 가구 300여명이 살고 있는 충남 보령 천북면 신죽3리의 중심에는 시온교회가 있다. 1993년 시온교회에 부임한 김영진 목사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교회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를 모토로 삼았기 때문이다.
신죽리 주민들은 축산을 주업으로 한다. 때문에 다량 배출되는 축산 폐기물로 인한 수질오염은 마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시온교회는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영농교실을 열고 ‘유용미생물(EM)군’ 활성화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유용미생물을 이용하면 축산폐기물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호응을 얻게 됐고 교회 이미지도 좋아졌다. 김 목사는 이뿐 아니라 서울 응암교회 등과 결연을 맺고 농산물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생업을 도왔다. 장터에 참여하기 위해 교회를 찾던 주민들은 성도가 됐다.
시온교회는 1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가 주관한 ‘2015 좋은 교회 상’ 시상식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열린 서울 구로구 중앙로 고척교회(조재호 목사)에서 만난 김 목사는 “교회가 주민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섬김을 기반으로 그들의 삶에 녹아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온교회는 이 밖에도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에 들꽃 축제(온새로미 축제)를 연다. 교회 건축 후 운동장을 만들고 들꽃을 심은 것이 출발이었다. 축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각 가정에서 기르던 꽃을 가져와 전시하며 축제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농산물도 소개한다. 마을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좋은 교회 상’은 4개 부문에서 9개 교회가 수상했다. 저마다 지역사회를 섬기고, 다음세대를 키우며, 전도와 선교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곳들이다.
시온교회와 같은 부문의 상을 받은 서울 양천구 목동제일교회(김성근 목사)는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게 반찬과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양천종합복지관의 수탁 운영을 맡아 지역 장애인들에게 쉼터도 제공하고 있다.
경남 창원 산창교회(조희완 목사)는 지역 내 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차상위계층 학생들의 급식비도 지원한다. 대학부 청년들은 미전도종족 선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예배당을 새로 짓기 위해 모아둔 돈을 미자립교회 지원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관악구 시냇가푸른나무교회(신용백 목사)는 올 한 해 복지 예산만 16억원에 달한다. 지역 생태계 복원에도 힘써 남부순환로 건설로 인해 끊긴 관악산 까치고개를 복원하려고 1억원을 출자해 협동조합까지 만들었다.
‘땅끝까지 전도하는 교회 상’을 받은 서울 서남교회(윤병수 목사)는 1985년 창립 이래 중국에 70여개 가정교회와 베트남 탄순교회, 필리핀 서남찬양교회, 인도 나발푼디 서남교회,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로우트빌 서남교회, 캄보디아 프놈끄라움 서남교회를 설립했다. 같은 상을 받은 서울 성암교회(김시성 목사)는 2006년부터 베트남에 6곳의 교회를 설립했다. 현재 각 교회에 1000여명의 베트남인들이 출석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해외선교 분야에선 파라과이 등대교회(홍사순·이순희 선교사)가 수상했다. 등대교회는 1992년부터 23년간 파라과이 원주민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다음세대를 키워가는 교회 상’은 2009년부터 아동센터를 설립해 지역 어린이들을 섬기고 있는 서울 신양교회(이만규 목사)가 받았다. ‘참 좋은 교회 상’은 경북 안동의 안동교회(김승학 목사)가 수상했다. 안동교회는 1909년 설립 후 단 한 번도 교회 내 분란이 없었던 점과 지역 최초의 유치원인 안동유치원과 계명학교 등을 설립해 교육에 기틀을 마련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안동교회는 2011년부터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제공하고 노인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등 노인복지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3년 노인의 날에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기윤실 사회복지위원장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선정된 교회들은 지역사회에서 신뢰도가 높고 재정집행이 투명했으며 다양하고 효과적인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귀감이 되는 교회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보령 시온교회, 농촌에 영농교실 ‘녹아드는 목회’-시냇가푸른나무교회, 까치고개 복원 ‘생태 선교’
입력 2015-12-14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