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항 관제시스템 먹통사태 원인 철저히 따져라

입력 2015-12-14 17:32
제주국제공항의 관제 마비 사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2일 제주공항에선 오후 6시50분부터 8시6분까지 항공기 관제를 위한 모든 통신장비가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제탑 4대와 접근관제소 6대 등 10대의 통신장비가 있었는데 교신 이상으로 이착륙에 차질이 생겨 항공기 77편이 지연 운항된 것이다. 한때 주파수 송·수신마저 불가능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안내등 불빛(라이트건)과 무전기 등을 통해 항공기를 가까스로 착륙시키기도 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제주공항은 연간 승객인원(2000만명)을 초과한 2500만명이 드나들면서 평균 2분에 한 번씩 항공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포화된 상태다. 바쁘면 이착륙이 1분30초마다 이뤄지기도 한다. 이렇게 극도로 혼잡한 곳에서 착륙을 위해 상공에 대기 중인 항공기와 교신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공항 관제 통신 시스템은 주 장비, 예비 장비, 비상 장비 등 3단계로 돼 있다. 주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 예비 장비로 전환돼 항공기와 교신해야 한다. 근데 예비 장비도 작동되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1시간16분 뒤에 통신장비가 복구됐다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하겠다.

국토교통부는 공항 관제시설 직원들의 실수로 예비 장비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주 장비에 장착하는 전자카드를 빼내 전원을 끈 뒤 예비 장비에 카드를 꽂아야 작동이 되는데 이런 사용법을 몰라 일시에 통신장비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수동 전환에 앞서 자동 전환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장비의 기계적 결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한 운항 관리를 위해 하루빨리 사고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이와 함께 유사한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전국 다른 공항의 관제 시스템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