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14일 확정됐다. 핵심은 은행들이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담보 가치보다는 상환능력 위주로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서는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전체 가계부채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함으로써 부채의 총량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번 대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까지 구성해 지난 7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했으나 세부 시행지침 발표 및 도입 시기가 계속 미뤄졌다. 당초 11월 중 확정, 발표하고 내년 1월 시행키로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다. 모처럼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킬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실상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가 이어지자 정부는 실시 시기를 다소 늦추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폭증하는 주택담보대출 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열 현상을 보이는 일부 부동산 시장도 심리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자의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까지 대출 심사에 반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함에 따라 대출 억제 심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건축, 신규 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은 예외로 하고 비수도권의 시행 시기를 5월로 늦춰 정책 효과를 떨어뜨렸다는 점은 아쉽다.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의 텃밭인 부산과 대구·경북은 아파트 분양 시장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가계부채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서민들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는 데 고민이 깊다. 결국 가계부채는 총량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우량 부채와 비우량 부채를 나누고 소득분위와 용처에 따라 부채를 세분화해야 실효 있는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소득과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세청의 소득자료가 금융권과 공유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국의 일관성 있는 자세다. 그동안 가계부채를 과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임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정부는 더 이상 혼선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최우선 현안이자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이란 점을 늘 유념해야겠다.
[사설] 만시지탄, 상환능력 따진 가계부채 총량 규제
입력 2015-12-14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