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코트, 세계 거포들 ‘화력 자랑’

입력 2015-12-14 20:33 수정 2015-12-14 23:45

또 한명의 외국인 거포(巨砲)가 가세하면서 한국 프로배구가 세계적인 거포의 경연장이 됐다.

그 주인공은 대한항공 교체 용병 모로즈다. 한국 배구에 데뷔한 첫 러시아 선수인 모로즈는 13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입국해 단 사흘간 호흡을 맞춘 끝에 출격한 모로즈는 공격 성공률 65%에 양 팀 최다인 30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2일 연습도중 오른 손등 골절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한 산체스(쿠바)를 능가하는 파괴력이었다.

러시아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인 모로즈는 원 소속팀 러시아의 로코모티프가 내년 3월까지 대한항공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국내 무대를 밟았다. 205㎝, 108㎏의 장신 공격수인 그는 산체스에 비해 타점은 낮으나 빠른 스윙과 엄청난 파워를 앞세운 강타로 현대캐피탈 블로킹을 잇달아 무너뜨렸다. 득점 후 포효하는 특유의 세리모니는 평소 조용하던 대한항공 선수들의 투혼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제 팬들은 OK저축은행 시몬(쿠바), 삼성화재 그로저(독일), 현대캐피탈 오레올(쿠바) 등 기존 특급 용병에다 모로즈가 가세한 강타 대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들은 모두 최고 무대인 유럽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공격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프로배구는 지난 10년간 용병의 힘에 의해 팀 성적이 좌지우지 돼 왔다. 특히 남자 프로배구는 용병에 절대 의존하는 배구를 펼쳤고, 소위 ‘분업배구(몰빵배구)’에 성공한 삼성화재는 한국 프로스포츠사에 전무후무한 챔피언결정전 7연패 기록도 세웠다.

삼성화재의 성공에 자극받은 각 팀들은 세계적인 공격수 영입에 혈안이 됐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했다. 한국이 해외 에이전트들의 ‘봉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시몬 등 일부 선수는 연봉이 15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일본만 해도 60만∼70만 달러 선수들로 팀을 꾸려가는 데 비해 한국은 2배가 넘는 금액을 용병 영입에 쓰고 있는 셈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과거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빈, 레오 같은 선수는 싼 값에 들여와 국내에서 3년씩 키운 선수”라면서 “용병에게 거액을 안기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서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용병자유계약에 의한 지나친 출혈경쟁을 막고 국내 선수의 성장을 돕기 위해 내년 시즌에는 남자부도 트라이아웃(공개선발제도)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연봉 70만 달러 정도의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공개선발로 충원하는 것이다.

한편, 한국전력은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22 25-18 25-22) 승리를 거두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