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북한판 소녀시대’ 모란봉악단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들의 등장은 파격 자체였다. 미니스커트와 탱크톱 등 옷차림뿐 아니라 데뷔무대에 함께 등장한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미국 디즈니사의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모란봉악단은 혁명가요에서 클래식, 팝음악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 음악 장르가 없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지시로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보컬팀과 연주팀으로 구성돼 있다. 악기는 전자바이올린, 전자첼로, 전자기타, 색소폰, 키보드, 피아노, 드럼 등을 연주한다. 북한이 대내외에 자랑하는 최고의 스타인만큼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아무리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신장 165㎝ 이상, 몸무게 50㎏ 안팎이어야 한다. 보컬팀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졸업한 금성학원, 연주팀은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두 학교는 예술가를 양성하는 북한 최고 교육기관이다.
비록 무산됐으나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모두 군복을 입었다. 김정은을 호위하는 호위총국 소속 군인이어서 그런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 현송월(36세 추정)은 우리의 대령에 해당하는 대좌 계급장을 달았다. 출세가 빠르다.
단원들이 저마다 ‘한 미모’하다 보니 이들과 관련된 스캔들이 끊이질 않는다. 현송월만 해도 김정은과의 염문설이 돌았었고,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선우향희, 라유미와 함께 ‘미모 3대장’으로 불리는 류진아는 장성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었다.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은 지난 5월 런던에서 모란봉악단 기타리스트 강평희(25)와 함께 에릭 클랩튼 공연을 보다 국내 언론에 포착됐다. 현송월, 선우향희, 류진아는 한때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건재를 과시했다.
모란봉악단 공연을 남한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모란봉악단
입력 2015-12-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