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성’ ‘카렐교’ ‘카렐 광장’ ‘성 비투스 대성당’ 등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는 공통점이 있다. 14세기 보헤미아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4세가 건립했다는 점이다. 카를 4세는 강력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학문과 예술을 꽃피우며 프라하를 유럽의 중심으로 키워냈다. 카를 4세의 영광은 600년 이상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체코는 동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다. 프라하와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풍광에 힘입은 바 크다. 동유럽 최대의 공업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20세기 무기의 총아인 기관총의 메카가 바로 체코다. 최근에는 기초과학 연구와 연구장비 기반시설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뽐내며 세계 최초로 탁상형 투과전자현미경과 전자빔리소그래피 장비를 개발했다.
뛰어난 공업기술, 유럽 중심의 입지조건, 풍요로운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체코는 유럽경제 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4.5%로 EU 평균 성장률 1.8%의 배를 웃돈다. 여기에 우수한 노동력과 외국인 투자 세제 혜택, 금융 지원까지 더해지니 글로벌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체코를 차세대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에 이어 체코의 3대 투자국이다.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넥센타이어 등 61개 법인이 체코에 진출해 자동차, 자동차 부품부터 증기터빈, 타이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제조공장뿐 아니라 서비스 법인도 함께 진출해 주력 상품들을 유럽 전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보헤미아의 경제 보물을 향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이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이 체코를 방문해 양국 경제협력 관계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1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4조원 규모의 체코 의료시장과 3조원 규모의 정보통신 기술 시장 등 총 27조원 규모의 시장 기회를 창출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체코를 찾은 150여명의 경제사절단도 체코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포럼을 갖고 에너지·인프라·IT 등 미래 유망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포럼에는 국가 간 비즈니스 포럼으로선 드물게 양국 대통령이 참석해 협력을 독려했다. 특히 제만 체코 대통령은 당초 시내 호텔이었던 포럼 장소를 프라하성으로 변경하며 한국 경제사절단에 유례없는 예우를 베풀었다.
프랑스와 체코에서 잇따라 열린 1대 1 거래상담회에는 국내 기업 45개사와 체코 등 유럽 각지에서 온 바이어 141개사 참가했다. 수출과 투자진출 등 24건의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금액 기준으로는 4900만 달러에 달한다.
경제적 성과에 더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얻어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체코 등 비셰그라드 국가들은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경험한 바 있다.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문제 해결에 이들 국가의 경험은 소중한 도움이 될 것이다.
수교 25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체코 순방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 남은 것은 양국 경제인들이 모은 구슬을 꿰는 것이다. 프라하 시내에는 블타바강이 흐른다. 체코인들에게 블타바강은 국부로 추앙받는 카를 4세와 함께 또 다른 자부심이다. 우리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자랑으로 여긴다. 수도를 관통하는 모습뿐 아니라 그 내면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도 닮았다. 양국 경제인들이 하나된 팀플레이를 펼쳐 한강의 기적이 블타바강에서도 이뤄내길 기대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기고-이동근] 블타바강에서 본 한강의 기적
입력 2015-12-14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