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말이다. 왠지 마음까지 춥고 스산해진다. 올해도 아무 한 일 없이 흘러가버렸구나 하는 회한 탓일 게다. 그러다보니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줄 뭔가가 그리워지고, 훈훈한 영화라도 찾아보고 싶어진다. 나에게 최고의 ‘성탄 영화’ ‘연말 영화’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와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1946)’을 꼽는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찡해지는 영화들이다.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 만든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뮤지컬 코미디다. 어빙 벌린이 작곡한 같은 제목의 캐럴 삽입곡으로 더 유명하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연예인으로 성공한 두 친구가 부하들의 존경을 받던 옛 사단장이 퇴역 후 시골에서 작은 호텔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뒤 크리스마스에 맞춰 전우들을 불러모아 호텔에서 멋진 쇼를 펼침으로써 옛 상관을 도와준다는 얘기다. 영화는 거기에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양념으로 섞어 넣었다. 일세를 풍미한 크루너(crooner) 빙 크로스비와 만능 연예인 대니 케이,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고모인 로즈매리 클루니와 귀여운 댄스 요정 베라 엘렌이 출연해 감미롭고 따뜻한 노래와 현란한 춤을 펼쳐 보인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깔고 있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금융업을 하는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가 궁지에 몰린다. 삼촌이 실수로 회사의 돈을 잃어버린 탓이다. 고민 끝에 자살을 결심한 베일리 앞에 수호천사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지 않았을 경우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에게 ‘베일리 없는 세상’은 끔찍하다. 아무리 자신이 변변치 않고, 사는 게 힘들어도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은 베일리는 다시 살아갈 의욕을 찾고 마을사람들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회사 공금도 다시 마련한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삶은 ‘멋진 인생’인 것이다.
이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올 연말 꼭 한번 보기를 강추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49) ‘연말 영화’ 보기
입력 2015-12-14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