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탈당과 동시에 ‘독자세력화’를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을 넘어 전체 정계 개편까지 가능한 빅뱅 상황이 도래했다. 그러나 전체 정치판 밑그림을 주도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측면에서 안개정국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의 이목은 안 의원이 어느 세력과 손을 잡는가에 쏠린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우선 ‘혈혈단신’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 총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호남 민심의 향배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측 “합류는 없다”=제1야당이라는 ‘항구’를 떠나는 안 의원은 당분간 홀로 정국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 밖 야권에서 보내는 ‘러브콜’에 섣불리 반응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정배 신당’과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독자세력화 선언에 주목해야 한다. 합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 총선이 목표가 아닌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재편만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신당 창당 여부도 한 달 정도 충분한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의 다른 측근은 “야권 혁신을 통한 정권교체만이 우리의 목표이므로 총선에 얽매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당 외에도 무소속 연대 등 다양한 야권 재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신당 창당에 한 번 실패했던 안 의원이 다시 창당 승부수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 의원의 선도 탈당에 이은 추가 탈당파를 어디까지 끌어안을 것인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해 ‘안철수 신당’이 실패했던 이유도 결국 사람 때문”이라며 “혁신이라는 깃발을 들고 뛰쳐나간 안 의원이 ‘혁신 대상’을 (신당에) 받는다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여부가 추가 탈당 규모와 탈당 인사의 면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추측도 당내에서 나온다. 안 의원 측은 “3년을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정배·박주선은 “환영”=합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안 의원과 달리 야권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은 안 의원 탈당을 적극 반겼다. 전국 정당 창당을 목표로 인재영입에 매진하고 있는 천 의원 입장에서 안 의원의 합류는 수도권은 물론 영남권 진출까지 가능한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도 함께할 수 있다는 천 의원 측이 지속적으로 안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야권 통합신당 움직임을 주도하는 박 의원도 “새정치를 향한 안 의원의 용기 있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호남 밖으로의 세력 확장이 절실한 이들과 안 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의 결전은 피할 수 없다.
◇호남 민심이 관건=문제는 호남 민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호남의 민심을 등에 업고 대선까지 직행했다. 안 의원 역시 ‘안풍(安風)’의 진원지였던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다면 순식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호남의 안 의원 지지가 가시화되면 수도권 등에서의 추가 탈당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호남이 안 의원 탈당을 야권 분열의 단초로 인식해 등을 돌리면 안 의원은 문자 그대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나서게 될 전망이다. 관건은 호남이 안 의원 탈당에 따른 분열의 책임을 문 대표와 안 의원 가운데 누구에게 묻느냐 하는 것이다.
한편 안 의원 탈당에 따른 야권 재편이 가시화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과의 일대 일 구도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탈당한 안 의원과 추가 탈당 그룹이 새정치연합과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야권이 극적으로 통합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멸’ 위기에 몰린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연대나 야권통합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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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