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이 12일 베이징 공연을 전격 취소하고 철수한 원인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중국 신화통신은 공연 취소의 원인으로 ‘공작(업무) 측면’에서 서로 간의 소통(커뮤니케이션) 연결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형식, 내용, 관람 등과 관련한 북·중 양측의 이견이 존재했다는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선언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발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측 인사의 말을 인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한 뒤 중국 당국이 공연 관람 인사를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로 대폭 낮췄다고 13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당초 중국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한 명의 정치국원이 참석하는 안을 제시했다”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연단이 베이징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공연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보도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항의 표시로 (공연 관람 인사를 정치국원에서) 부부장급으로 낮췄다”며 김 제1비서가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불만을 제기하며 모란봉악단을 전격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베이징의 또 다른 소식통도 공연 중단 배경은 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발언, 중국 측 공연 관람 인사의 격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제1비서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 단장 등의 언론 접촉과 자유로운 행보에 김 제1비서가 분노한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홍콩의 중국인권운동 관련 매체는 중국이 대북 석유지원 중단 의사를 전하고 북·중 국경에 부대를 증파하자 김 제1비서가 모란봉악단을 철수시켰다고 이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어렵게 해빙 무드가 시작된 북·중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 4∼5월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설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이 차려 놓은 잔칫상을 엎어버린 셈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얘기하지 않지만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변덕스러운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셈이 됐고, 결국 신뢰하기 힘든 파트너란 생각을 강하게 만든 결과가 됐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北,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 中서 무슨 일이?
입력 2015-12-13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