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빅뱅] 安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이대론 다 죽는다”
입력 2015-12-13 21:26 수정 2015-12-13 21:3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13일 1주일간의 칩거 끝에 국회로 돌아와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탈당 이유를 야당의 수권 불가능, 기득권화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문재인 대표를 향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안 의원은 고민이 깊었던 듯 다소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수권 불가능한 야당=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으로는 사실상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며 “지금 야당은 국민께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또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꾸라는 당원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나 강하고 저의 힘이,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을 수권정당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탈당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그동안 자신이 정권교체를 위해 양보했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저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왔다.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다”며 “그럼에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못했고 야당조차 기득권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강한 외부 충격’을 언급한 것도 총선 승리와 집권을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득권에 빠진 야당=안 의원은 기득권화된 야당도 비판했다. 안 의원은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다”며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와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보수세력이 아님에도 낡은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려는 오래된 타성이 있다”며 “친노 패권주의일수도 있고, 운동권적 배타주의·순혈주의 등 뿌리 깊은 ‘우리끼리’주의”라고 말했다. 당이 수권정당을 내세우면서도 친노계와 운동권 인사들만 모여 있을 뿐 경제, 외교·안보 등 외부 인재가 성장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지난 2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문 대표 주위에서 대표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혁신의 대상들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표에 대한 실망감=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문 대표와의 전화 담판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안 의원은 “아침에 전화로 (문 대표를) 간곡하게 설득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전날 심야에 문 대표가 자신의 자택을 찾아온 데 대해서는 “(문 대표가) 설득을 위한 어떤 새로운 제안도 갖고 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수용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을 경우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기자회견 직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수용해 언론에 공표하면 오늘 탈당 기자회견은 중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혁신 전대는 거부당했고, 안 의원은 탈당을 강행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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