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빅뱅] 탈당 전날 밤 安 자택선 무슨일이… 걸어잠근 安-되돌아간 文
입력 2015-12-13 21:27 수정 2015-12-13 21:29
문은 닫혀 있었다. 13일 0시58분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안철수 의원이 사는 아파트 복도에 서 있었다. 문 안에선 박병석 의원이 안철수 의원에게 당 중진의 뜻을 전하고 있었다. 문 대표는 이따금씩 푹 숙인 고개를 들어 안 의원 집 현관문을 바라봤다. 탈당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찾아간 자리였다. 40여분을 기다렸지만 그는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회동은 결렬됐다.
앞서 12일 밤 11시42분쯤 박 의원과 원혜영 노웅래 의원 등이 탈당 결심 만류차 안 의원 집을 찾았다. 문 대표보다 먼저였다. 안 의원은 박 의원 일행에게 서운한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는 “우리 당을 수권 가능한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혁신을 (문 대표한테) 제안했다”며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내게) 새누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문 대표가 자신의 ‘10대 혁신안’ 중 ‘낡은 진보 청산’ 항목을 “형용 모순이자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격정적 토로였다.
격앙된 목소리가 현관문 밖까지 새어나왔다. 박 의원은 안 의원에게 “두 분이 당연히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도 “세력이 합의해서 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안 받으면 방법이 없다”며 “문 대표가 의지가 없는 사람 같으면 오히려 외부 충격으로라도 바꿔야 한다”고 대꾸했다. 이어 큰 목소리로 “(문 대표가) 대답하고도 속이고 또 속이니까”라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문 대표가 커다란 밴을 타고 안 의원 집 앞에 도착했다. 비서실장인 박광온 의원과 측근 한 명이 함께 있었다. 문 대표는 짙은 남색 코트 위에 회색 목도리를 두른 차림이었다. 몰려든 취재진이 앞다퉈 “안 의원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왔느냐”고 물었지만 단지 “밀지 말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안 의원 집 앞에 서 있었다가 안 의원과 짧은 악수만 나눈 뒤 오전 1시45분쯤 자리를 떴다.
날이 밝자 두 사람은 마지막 담판에 나섰다. 문 대표는 오전 8시30분 자택에서 박병석 의원에게 “전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 만나서 모든 것을 풀겠다”고 했다. 안 의원도 박 의원과의 통화에서 “문 대표와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오전 10시15분쯤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전화에 회신하면서 13분간의 ‘마지막 통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통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간의 불신만 확인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에게 “만나서 전대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의논하자”고 했으나 안 의원은 “혁신전대부터 선언하라. 이를 천명하지 않는다면 만날 의미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 의원은 문 대표와 통화를 마친 뒤 일부 측근들에게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전화를 돌렸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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