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에도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며 ‘혁신 마이웨이’를 다시 천명했다. 문 대표 측도 그의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면돌파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나 안 의원 탈당을 막지 못한 문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도 쏟아지고 있어 ‘대표직 보존’이 쉽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文 “주저앉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문 대표는 안 의원이 탈당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며 “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 자신을 흔들어도 공천 혁신안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안 의원 탈당 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혁신안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고위는 당 내홍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흔들림 없이 혁신을 단호하게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혁신안’도 14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에 반영하겠다”며 “이젠 (안 의원과) 혁신 경쟁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문 대표 측은 안 의원 탈당 사태의 파장을 애써 축소하는 모습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라며 “2∼3일이면 당내 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에서 야권 지형을 뒤흔들 만한 세력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새벽 안 의원 자택을 찾아간 경위와 오전 통화 내용 등을 설명했다. 최고위원들은 안 의원 탈당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표는 15일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정국 구상을 할 계획이다.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 탈당을 막지 못한 문 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당내 위기도 관리하지 못하는 대표가 어떻게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안 의원이 탈당했는데 왜 대표가 그만둬야 하느냐”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친문의 SNS 지원사격=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마치 안 의원 탈당을 기다렸다는 듯 지원사격에 나섰다. 과거 ‘비노 세작’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 징계를 받았던 김경협 의원은 트위터에 “말로는 혁신! 행동은 분열과 배신의 낡은 정치!”라는 글을 올려 안 의원을 몰아세웠다. 손혜원 홍보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시원’이 ‘섭섭’보다 앞서는 이유는 약간 섭섭하지만 많이 시원하기 때문”이라며 “여러분 ‘시원섭섭’하시지요?”라고 적었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논란을 의식한 듯 “약간 섭섭하지만 그래도 시원하다는 뜻일까요?”라고 수정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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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3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