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열렸던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금강산 장벽’에 막혀 끝내 좌초했다. 차기 회담 개최 일정도 잡지 못하면서 반전을 꾀하던 남북관계가 다시 먹구름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북은 11∼12일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열린 당국회담에서 합의점은 물론 차기 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등을 제안했다. 북측은 내년 3∼4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동시에 여는 ‘패키지 합의’를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각각의 실무 협의를 제안했다. 금강산 관광객 신변안전 및 재발방지 대책, 기업 재산권 회복 등을 별개로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북측은 두 사안의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고집하다 12일 오후 6시20분쯤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 회담은 내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작은 사안이라도 양측이 합의에 이른다면 대화 모멘텀이 이어지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관계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도 모처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만큼 민간교류와 이산가족 문제부터 시작해 남북 현안 전반의 해결을 모색할 방침이었다. 북한 역시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남측의 협조가 필요했다. 북한은 회담 기조연설에서 “핵·인권 문제에 대해 자꾸 남측이 언급하는 것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신중히 하는 게 좋겠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1차 회담이 금강산 관광 문제에 막혀 빈손으로 끝나면서 남북관계도 급랭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금강산 관광은 일찍부터 예정됐던 현안임에도 일말의 진전도 이루지 못해 골든타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3일 “내년 설 전후 시기를 놓친다면 3월 이후로는 북한 노동당대회 준비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 등으로 회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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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막힌 남북, 빈손 결렬 다음 일정도 못 잡아… 또 먹구름
입력 2015-12-13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