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훈련현장 가보니… ‘꽃보다 축구’ 제2 박지성 34명이 큰다

입력 2015-12-15 04:00
지난 11일 전남 목포 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골든에이지 동계 소집 훈련에서 대한축구협회 정정용 전임지도자가 수비 전술의 중요 포인트들을 U-16세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경청하고 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10일 조용했던 목포국제축구센터가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쏟아지는 빗소리 대신 공을 차는 소리가 센터에 울려 퍼졌다. 소리의 주인공은 미래 한국의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는 34명의 ‘골든에이지 U-16(16세 이하)’ 선수들이었다.

골든에이지는 대한축구협회(KFA)가 11∼16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 육성프로그램으로,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구기술 습득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는 연령대를 지칭한다. 2014년 도입돼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현재 KFA 내 15명의 전임지도자와 시·도 축구협회에서 추천 받은 지역지도자 90명이 연계해 ‘지역-광역-영재’ 3단계 피라미드 방식으로 이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날 모인 선수들은 ‘골든에이지 1세대’로 지역과 광역센터를 거쳐 올라온 최정예들이다. 4박5일 간의 훈련은 이들의 골든에이지 ‘마지막 훈련’이었다.

◇죽은 연령대를 없애다=사실 1999년생인 지금의 16세 선수들은 연령별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는, 이른바 ‘죽은 연령대’에 해당한다. U-15세 선수들이 내년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 대비해 주기적인 훈련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든에이지 훈련은 이들에게 단비와 같다.

그건 U-17 칠레월드컵에서 한 살 위의 형들 틈바구니에서도 존재감을 빛냈던 오세훈(FW·울산 현대고)과 김정민(MF·광주 금호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17세로 구성된 칠레월드컵 승선 명단에 오른 16세는 이 둘을 합쳐 단 3명이었다. 이들의 17세 월드컵 출전은 골든에이지 훈련의 힘이 컸다. 특히 오세훈은 올해 하계 영재센터 소집 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생애 첫 대표팀 차출이었다. 칠레에 이어 목포에서도 이들의 훈련을 맡은 김경량 전임지도자는 “(둘은) 골든에이지를 통해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정민이는 연령대를 거치면서 좀 봐왔지만 세훈이 같은 경우는 골든에이지를 통해 발굴된 케이스다”며 “17세 월드컵 출전은 어떻게 보면 ‘월반’이다. 그러나 대회를 통해 확실히 많이 성장했다. 형들과의 경쟁 속에서 본인 스스로도 많은 것들이 배웠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본인도 “(골든에이지 훈련에서)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움직임이나 트래핑 등 이런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 “대표팀 옷도 처음 입을 수 있을 만큼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오세훈을 비롯한 U-16세 선수들의 시선은 4년 뒤 있을 U-20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대회가 닥쳐서야 선수를 소집해 준비했던 상비군 체제 때와는 다르다. 정정용 전임지도자가 아직 먼 미래인 4년 뒤 월드컵을 꺼내며 “너희들은 4년 뒤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훈련을 받는 선수들의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죽은 연령대는 없다. 함께 커나갈 뿐이다.

◇미래 국가대표의 인재풀을 늘리다=훈련은 기본부터 시작했다. 첫 훈련은 패스였다. 이튿날 훈련도 기본적인 수비 스텝이었다. 김 전임지도자는 “흔히 수비 훈련을 하면 상대의 공을 뺏으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것도, 상대를 골대에서 먼 쪽으로 모는 것도 수비다. 수비 시 밟는 스텝도 투스텝에 익숙해져 있지만 현대의 빠른 축구에선 크로스 스텝으로 수비를 해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수비 스텝에서 힘들어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습관이 이미 몸에 굳은 탓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집된 요코하마 유스팀의 유지하(DF)도 스텝이 계속 꼬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유지하는 동계 소집에서 유일한 해외파다. KFA는 이번 소집에 앞서 유지하를 발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간 터라 국내 팬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일본 유소년 축구계에선 유명인사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관심을 받았을 정도다. 정 전임지도자는 “이 친구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불렀다. 한국 무대에 있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점검해볼 필요가 있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지하는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골든에이지 훈련을 즐겁게 소화했다.

이번 영재센터 동계 훈련에는 유지하를 비롯해 15명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숨은 인재를 폭넓게 발굴하자는 골든에이지의 취지에 맞게 지속적인 관리와 더불어 매번 새로운 선수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2년간 골든에이지를 거쳐 관리되는 인재풀만 약 4500명이다. 과거 상비군 육성 시스템에서 관리하던 400여명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숨은 인재를 폭넓게 발굴하자는 골든에이지의 노력이 거둔 성과다.

김 전임지도자는 “21개 지역센터에서 지역 인재를 발굴한 뒤 또 다시 선발을 거쳐 5개 광역센터에서 1년에 두 번 합숙 훈련을 한다. 다시 여기서 최정예 인재만 뽑아 영재센터로 모인다”며 “이렇게 거쳐 간 친구들은 협회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한다. 소속 팀 성적과 관계없이 숨은 인재를 찾을 수 있고 모든 연령대에서 폭넓은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목포=글·사진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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